나는 사주상 불이 없는 여자이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오면 온몸이 시리고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탄다. 그리고 늘 더디고 발전이 늦다. 책을 읽다 보니, 신약한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기도를 해라고 한다. 돌아보니 나는 적지 않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희망과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이 가진 신성함을 누리기로 결심했다. 일출을 맞이하며 내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나의 다짐이 수행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달게 되었다. 무튼, 사주상 내게 불기운이 다가오는 때는 25년(을사년)이다. 그때까지 나는 이같은 수행을 계속 할 생각이다. 미즈노 남보쿠의 책에서도 3년 정도 수련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니, 딱 시기가 절묘하게 들어맞는 듯하다. 지금부터 3년간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태양에 기도하는 수행과 절제하며 나를 돌보는 수행을 해낼 생각이다. 만권의 책과 여행은 필수이다.
궁즉독선기신 (궁할 때는 혼자 수양하는 데 집중하고),
통즉겸선천하 (통할 때는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
수행이라고 하지만, 너무 즐거운 일들이다. 매일 아침 따뜻하고 신성한 태양의 기운을 느끼고,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할 생각을 하니 신난다. 내가 언제 이렇게 수신(修身)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기간동안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우리나라 명당에 있다고 하는 절에 가서 좋은 기운도 받아올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나심 탈레브에 의하면 어떤 아이디어나, 어떤 오래된 장소가 수많은 순환기를 거쳐 오래 생존했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잘 적응했음을 말해준다고 한다. 적어도 일부 소음은 걸러진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오래된 사찰들은 내 생각에도 그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름의 '좋은 기운' 덕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튼 이런 좋은 명당에서 좋은 기운도 얻고 나를 절제하며 내면을 가득히 채우는 수행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나도 이 터널을 잘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시형 박사님께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다음과 같은 의식을 하신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나에게 새로운 하루가 또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와 설렘이 샘솟는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이 문장을 되뇌며 스트레칭을 하신다고 한다.
새로운 하루가 또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와 설렘이 샘솟는다. 그래 바로 이거다. 매일 아침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가장 신성하게 태양의 신을 맞이할 수 있는 경건한 마음자세인거 같다. 그러니 나도 눈 감고 딱 3년만 따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