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절에 다녀온다. 최근 들어 생긴 어떤 의식 같은 것이 되었다. 어제 사실 남편의 항암주사는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원래는 검진만 가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항암주사 스케줄이 잡혔다. 지방이라서 다시 병원 가기도 뭐해서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점심을 잘못 먹어서인지.. 남편은 주사를 맞는 도중 토를 했다고 한다. 아 다시 죽음의 사이클이 돌아왔다.. 1주일 빠르게... 남편은 이번 항암주사가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갑자기 맞아서인지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다. 아 우리 아들에게 잘해줄걸..(사실 이사하고 아들에게 많이 짜증을 내긴 했다..) 이런 후회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지라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환자도 그러하지만 보호자의 마음 역시 착잡하기 마찬가지다. 선양낭포암은 다른 암들처럼 프로토콜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치료법은 지금은 독성 항암제를 맞는 것이지만 이것도 계속 맞을 순 없다. 언제까지 독을 몸에 주입할 수 있겠나...
출퇴근길에 신호대기중 이런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사실 그닥 떠오르는 답이 없다. 다가오는 미래를 두려워해야 할지, 아니면 어떤 획기적인 치료법을 찾아 분주하게 나서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오늘 생각해 낸 것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감사하게 쓰자이다. 지금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시아버님이 우리를 갑자기 떠났듯이.. 인명재천이겠지..
그래서 나는 2022년 이 봄을 격정적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두려움과 슬픔, 힘듦은 잠시 제쳐두고 꽃구경을 하며 정신을 놓아버리기로...그 다음엔 받아들이자. 내가 가진 모든 걱정과 짜증 나게 하는 상사, 매달 힘겹게 갚아나가고 있는 대출금등등 지금은 내가 원하는 순간이 아니고 소설이라면 어서 이 챕터는 스킵하고 싶지만, 이 또한 내것이기에 받아들이자. 아마도 우리는 나는 잘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잠시 이 모든 것을 잊고 이 아름다운 계절과 지금 내게 허락된 행복을 즐기도록 해보자. 나무를 사러가야겠다...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 두려움이 막 밀려오곤 한다. 그래 하지만, 이 고통과 두려움도 곧 끝날 것이다. 분명 끝날 것이다, 왜냐하면 끝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