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기
얼마 전 오빠와 전화통화를 하다 오빠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빠의 회사 사장은 미친놈 사이코 패스다. 전형적으로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고 조폭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예전부터 우리는 오빠에게 회사를 다른 데로 옮겨보라고 말하곤 했지만, 장남이자 가장인 오빠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지지난달 오빠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뇌출혈은 업무상 발행한 재해 즉 산재이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있다면 그 사이코 사장을 당장 감옥에 처넣을 수 있을 텐데... 오빠의 회사 사장은 직원과 잦은 술자리 회식을 즐겼다. 아침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흔히 한국사회에서 그러하듯 술자리 참석은 나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나타내기에 신약한 나의 오빠는 지난 15년간 충실히 그 기대에 부흥했다. 하지만, 그는 술이 강한 체질이 아니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블랙아웃되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다 회식 중 블랙아웃되어 어디엔가 부딪혀서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의 15년 넘는 회사 생활중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생긴 거였다. 그때 나는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어느 순간에도 오빠 자신을 보호해야 해!!, 오빠가 없으면 사랑하는 아내도 자식도 아무 의미 없어. 그리고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에게 오빠가 제일 소중해 그러니 오빠를 제발 보호해!!' 오빠는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그가 회사에, 그 미친 사이코패스 사장에 목매달았는지... 그건 그가 자존감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 미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자존감은 남에게 보여지는 물질적인 것으로 결정되는 듯하다. 멋들어진 외제차, 신형 아파트 그리고 정기적으로 해외여행도 가줘야 하고 부모님도 부양하고 자식들에게도 괜찮은 교육을 제공하고 품위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돈이 나오는 그 소스에 집착하고 충성하게 된다. 이건 마치 '센과 치히로'에서 마녀에게 내 이름을 팔고 노예계약을 하는 센이라는 '내가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치히로와 같다. 이렇게 돈에 충성할수록 이를 악용하는 마녀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나를 내가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도록 괴롭힌다. 그것이 사이코패스 사장이건, 끊임없이 실적압박을 하는 상사이건 아니면 남편의 경우와 같이 밤낮으로 전화하는 무개념 고객들이건 간에 말이다. 경험상 신약한 사람일수록 이것에 더 많이 휘둘리게 된다. 왜냐하면 기반이 너무 없는 그들은 자기 자신을 지켜줄 것이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녀에게 충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남편을 봐도, 오빠를 봐도 절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어떤 것도 당신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멋들어진 외제차도 신형 아파트도 그리고 아내고 자식이건, 부모 건간에, 잠시 잠깐의 명성이건 내가 죽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 그래서 이 미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나려면 그것도 대나무 뿌리처럼 질기게 살아남으려면 '나를 보호해야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 유혹이 얼마나 아찔하건 간에 단칼에 쳐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만 그 모든 영광이 의미가 있어진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게도 분명 기회가 온다. 수많은 씨앗들이 그 고된 과정 속에서 수없이 사라지지만 그중 하나는 적당한 때와 적절한 토양에 안착하여 새싹을 틔우고 큰 나무가 되듯, 가진 것 없고 신약한 우리 역시 살아남아서 그때를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은 잠시 나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지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순 없다. 센과 치히로의 그 마녀가 행복해 보이지 않듯이 말이다. 현재를 살아갈 수 없고, 내가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이끌려간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걸고 칼을 챙겨서 나를 나로서 살지 못하게 하는 그 집착과 그 무엇인가를 쳐내자. 그리고 내가 내가 될 수 있도록, 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어떤 것도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절대 없으니까!!!
P.S. 내가 다니는 직장에도 매일 '나를 사랑해' 향수를 욕조에 가득 담궈서 그 물에 목욕을 하고 나오는 듯한 나르시스트가 있다. '자기애- 나를 사랑함'이 타인을 무시하고 짓밟는 정도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듯하다. 그것은 자기애의 심각한 결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나침은 없는 것만 못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