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과 직장생활, 그리고 내 안의 변화
"내가 무엇인가를 성취하거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주변에 해야 한다.
먼저 사회와 환경 속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환경의 흐름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며 순리에 따른다."
운의 그릇 중
명리학에서는 인간을 자연을 구성하는 흙, 바위, 불, 나무, 물의 일원으로 본다. 그래서 사주 구조에서도
'조화, 순환'이 이루어진 명식을 최상으로 친다. 한 가지 기운이 과하거나 순환이 멈추면 운이 막힌다, 격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 '조화'라는 말이 요즘 나에게 유독 신선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껏 항상 나 중심으로만 세상을 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직장생활이 그렇게도 힘들었던 이유, 지금에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금강경에서도 거듭 강조하다.
자기중심적인 분별을 내려놓으라고.조화를 이룬다는 건 결국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나만의 정답이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나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것. 그게 진짜 '순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직장생활이란 참 혹독한 수행장이다.
매번 나를 죽이고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야 할 때가 있다. 자신의 업무 방향은 말하지 않으면서 초능력자처럼 눈치껏 파악하길 바라는 상사. 늘 네트워킹만 하는 험담 고수들. 내 약점을 관찰하고 활용하려는 이리 같은 인간들... 회사에는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다. 그저 자신을 위해 서로를 이용할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환경에서 한동안 더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지금은 내가 가진 기질과 장점이 빛날 수 있는 장소와 때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결심했다.
피벗팅.
내 생각과 태도를 전환하자.
세상이 옳고 그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나는 조화 속에서 살아남기로 하자.
올해와 내년 나는 조금 자세를 낮추기로 했다.
우주의 조화 속에 나를 다시 배치하고, 그 속에서 나의 다음 때를 준비하기로 한다.
내 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다만 순환을 흐르게 만드는 한 알의 기운이 되기로 한다.
박노해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박노해
너는 작은 솔 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그 시를 읽으며 다시 나를 다독인다. 나는 지금 잠시 작아 보이지만 내 안에도 금강송 같은 힘이 있다.
내가 지금 깨달은 이 조화와 기다림의 미덕은 분명 나를 더 단단하고 큰 존재로 자라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더 깊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내 존재의 기여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