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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모노색 공장에서 하는 내 사유

내 취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회색 속의 나

집단주의 사회에 태어나 "튀면 왕따"라는 압력 속에서 자랐다. 짜장면 시킬 때 짬뽕은 눈치 보이고, 윗사람 말에 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한국. 이런 모노톤 세상에서 "취향"은 사치였다. 내 감각에 귀 기울이는 건, 생존을 위협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말했다. "당신은 직장 생활이 안 맞아. 특이해서 그래." 처음엔 기분 나빴지만, 곱씹으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회색 공장에 묻히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의 색깔

그럼에도 내 취향을 잃고 싶지 않다. 취향은 나를 나로 만드는 뿌리다. 소노 아야코는 말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싫은지를 아는 것,
그것이 인생을 지탱해 주는 최소한의 뿌리다.
- 소노 아야코

나는 시나몬 라테와 오트밀 라테를 사랑한다. 향수보다 흙냄새, 소나무 향이 좋다. 보사노바 음악을 들으며 햇살 내리는 오후를 만끽한다. 헬스장 대신 동네 산책길,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내 길을 가다.

취향을 아는 건 삶의 책임감이다. 군중 속에서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때, 나는 나의 주인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내 취향은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길이 아닌 내 길을 골랐기에, 후회가 덜하다.

내 아이에게도 이 감각을 물려주고 싶다. 공장에서 기계처럼 살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당당히 지키는 어른이 되길.


프랑크 시나트라의 "My Way" 가사가 마음을 찌른다.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중년의 내가 내 취향으로 걷는 길, 그건 꽤 괜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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