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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May 16. 2023

아플 땐 충분히 아프기

A voyage without wind waves

나는 불안할 때마다 유튜브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잠 못 드는 깊은 밤, 또다시 그렇게 유튜브로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게 바로 디지털 중독이라고 하겠지.. 그러던 와중 도파민 중독이라는 책리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 소개글에 나온 이 구절이 인상 깊게 느껴져서 메모로 남겨본다.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 도파민네이션-

아플 땐 충분히 아파야 하고, 괴로울 땐 충분히 괴로워야 한다고 한다. 그 감정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설익은 상태로 이 고통을 잊기 위한 또 다른 미친 짓들을 할 따름이라고 한다. 인생의 저점에서 그 고통과 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나에게 굉장히 큰 울림을 주는 문장이다. 


어제는 남편의 검진일이었다. 다행히 지난번보다 더 진행된 것은 없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큰 시누이가 또 고춧가루를 뿌려대서 기분이 심란했다. 큰 시누이는 불안과 부정적 감정이 항상 크게 작동하는 정서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자기가 아는 스님에게 남편의 신수를 물어봤다고 하면서 그 입에서 나온 부정적 말들을 남편에게 전달했다. 남편은 자기 누나라고 감싸며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라며 자신에게 더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피가 안 섞였기에, 정말 짜증 나는 인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남편의 누나이기에 면전에 대고 욕은 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그렇게 들어도 아직도 정신적으로 성숙이 너무도 덜 된 사람이구나, 어떤 말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말은 삼켜야 하는지 구분도 못하는 철부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시누이가 그렇게 된 것에는 시어머님의 미성숙함과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운 양육방식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이 모든 감정을 내보내기로 했다.


때로는 살다 보면 이런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서운하고 화나는 일들, 그리고 너무 우울한 감정들은 스스로 받아들이고 정화시켜야 한다. 그것을 일차원적으로 반응하여 내뿜으며 살 순 없다. 그렇다고 그 고통을 회피하고자 또 다른 쾌락을 즐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법정스님께서는 자신에게 어떤 걱정과 근심거리가 있다면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하셨다. 고통과 직면하며 달아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로소 새로운 창조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이다. 


오랜만에 이승환 님의 물어본다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그래 회피만 하지 말고 한번 부딪혀보자. 이걸 딛고 일어서보리라.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어어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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