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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땐 충분히 아프기

A voyage without wind waves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나는 불안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켠다. 잠 못 드는 깊은 밤, 또다시 영상 속으로 도망치듯 들어가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디지털 중독일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 리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소개글에 나온 한 문장이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 도파민네이션-


아플 땐 충분히 아파야 하고, 괴로울 땐 충분히 괴로워야 한다고 한다.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할수록 우리는 설익은 상태로 남아, 고통을 잊기 위해 또 다른 미친 짓을 반복할 뿐이다. 인생의 저점에서 그 고통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나에게, 이 말은 커다란 울림이 되었다.


살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끝내 다루지 못한 채 그대로 남에게 던진다. "꿈에 안 좋게 나왔으니 준비해라."거나 "스님이 신수를 보더니 불길하다고 한다." 같은 말들. 겉으로는 걱정처럼 들리지만, 실은 상대의 마음에 불안을 심는 말들이다. 가까운 사람의 이런 말 한마디는 위로가 되기는커녕 마음의 짐을 늘린다. 이건 마치 뜨거운 감자를 그대로 남에게 던지는 것과 같다. 나는 그 순간 그들의 정서적 미성숙을 본다. 나이가 많아도, 어른이라 불려도, 말의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은 여전히 철없는 아이 같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들의 불안의 나의 몫이 아니다. 그 말속에 담긴 두려움을 내가 대신 짊어질 필요는 없다. 내 불안을 유튜브로 덮으려 했던 것처럼, 타인에게 불안을 전가하는 것 또한 또 다른 회피였다. 이제는 그 불안을 마주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성숙은 자기 불안을 정직하게 다루는 힘에서 비롯된다. 서운함, 분노, 우울 같은 감정들은 억누르거나 쾌락으로 덮으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걱정과 근심을 피하지 말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고통과 마주하는 자세에서 비로소 새로운 창조력이 발생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오늘따라 깊이 와닿는다. 불안을 직면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찾는다.


오랜만에 이승환 님의 물어본다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그래 회피만 하지 말고 한번 부딪혀보자. 이걸 딛고 일어서보리라. 오늘, 나는 불안을 마주하는 작은 습관을 하나 만들어본다. 깊은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내 감정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어어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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