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께 기운이 너무 빠질 때 어떻게 하면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냐고 여쭤봤다. 그분은 상부하신 일까지 겪으셨기에 현재 자신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도 그것보다 괜찮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다. 그보다 더한 일도 겪었는데 지금의 어려움이 대수냐라고 말이다.. 참 대단한 멘탈이다.
그분은 나에게 그런 조언을 하셨다. "에너지를 모아 모아 정말 중요한 일에만 쓰세요. 그리고 남편 아직 옆에 있잖아요. 그러니 그것만 생각해요, 아직 옆에 있으니깐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 맞다. 그 어떤 우여곡절이 있다고 해도 나는 지금 현재 숨 쉬고 있고, 그 옆에는 내 토끼 같은 아들과 남편이 있다.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자꾸만 잊게 된다. 그냥 하루하루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며 살 수 있는데, '왜 나만'이라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자꾸 더 안 좋은 일만 생길까라는 피해의식들이 생기기도 한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온다. 나는 단지 거기에서 다시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故) 박경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거"라는 걸 그냥 이제 알게 된 거다.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나 뒷산에 올랐다. 올라가다 보니, 안개 사이로 강렬하게 비치는 아침 햇살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근래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지만, 산을 올라가면서 신께, 이 우주와 자연에게 감사합니다라고 계속 말했다. 이상하게도 저 빛을 보고 나니 힘이 불쑥 솟아올랐다.
어쩌면 지금 괴로워했던 일들이 결국엔 나라는 애송이를 단단한 어른으로 완성시켜 줄지도 모른다. 앞에 말한 지인처럼, 그 어떤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뭐 이게 머 대수냐라는 식의 단단한 맷집을 가진 어른.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주위에 상처받은 사람을 알아보고 가슴 깊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은 거의 다 가고
감정의 탄력도 느슨해져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무덤덤하며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받은 것도 없어 홀가분하고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하다
그러나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 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 주었다"
박경리 선생님의 천성 中
잘은 모르지만,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내 힘으로 농사지으며, 대지의 사랑을 느끼고, 박경리 선생님처럼 꼿꼿한 자세로 "이 놀고먹는 족속들아 생각 좀 해"라며 따끔하게 하지만 지혜로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이런 과정을 겪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다행인 것은 지금 내 옆에는 가족들이 있고, 집 바로 뒤에는 나를 위로하는 숲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