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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n 13. 2023

작게 살면 좋은 점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깨부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부서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다.

신이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맨 먼저 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자만심이다. 

by ego is the enemy


퇴사를 마음에 두고 있다 보니, 한 달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를 계산해 보게 된다.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비용은 아무래도 이자비용이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그다음엔 식비 그리고 아이 교육비 등등 흠.... 어떻게 하면 작은 예산안에서 살아지겠는데... 휴우 다행이다.


나는 어느 정도는 생활력이 있는 타입이다, 하지만 '부자'인적이 없기 때문에, 내 형편에 벗어난 어떤 것을 취한 적이 별로 없다. 물론 월급이 오를 때도 있었고, 성과급을 받았던 적도 많았지만, 그렇게 큰돈이 생길 때마다 항상 집에 일이 생겨서, 그 돈으로 플렉스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그게 못내 아쉬웠지만, 그 덕분에 나는 항상 내 수입을 벗어난 소비 습관을 가지지 않았고 예산 내에서 소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설령 다시 생활이 쪼그라든다고 해도 버틸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커피는 좀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제2의 파이프라인을 만들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 같다.


얼마 전 사촌언니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우리 엄마의 영광스러웠던 한창기 씀씀이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버셨는데, 종류별로 보석세트가 있었고, 패셔니스타답게 옷들도 엄청 많았다고 한다. 그걸 이모에게 자주 자랑했었던 모양이다. 나는 엄마와 따로 살았기에 자세하게는 몰랐다. 무튼, 그랬던 엄마는 지금 항상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이모보다 형편이 더 어렵게 사신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는 엄마를 보면서 절대 물건에 집착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의 소득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 남에게 보여주는 것들 중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남는 것은 없을 것이다. 엄마의 화려했던 시절을 증명한 모피코트 2벌은 엄마집 옷방에 고이 모셔져 있고, 엄마는 그 옷을 거의 입지 못한다. 무겁기도 하고 이제는 엄마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결국 나에게 남아 있을 것은 단지 내 습관과 내 행동일 뿐이다.


작게 살아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너무 거대해진 집, 차, 그리고 사회적 체면에 발맞춰 살다보면 정말이지 쪼그라든다. 통장 뿐만 아니라 내 정신까지도 말이다. 왜냐하면 돈, 명예, 직위 이런 것들은 너무도 일시적이며 어쩌면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기에, 그 거대한 허상이 사라지고 난 뒤, 자기 자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안개가 걷히고 나서도 작고 초라해진 나를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을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존재는 시간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라는 그 말을 정말 믿는다. 시간을 들여 고민한 내 철학, 삶에 대한 내 태도만이 나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육신은 녹슬고 설령 사회에서 잊힌 사람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음만은 녹슬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라고 결심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세상이 나를 무너뜨렸을지라도 그 풍파에 결코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한층 더 강해진 나를, 그런 나 자신을 뿌듯하게 기억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지금 움직이고 행동해야겠다. 이 기억은 분명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을 거 같다. 엄마 방에 있는 빛바랜 모피코트가 아닌 뿌듯한 자긍심으로 말이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말하고 또 실천해라. "

from 에고라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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