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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n 19. 2023

모난 돌

이 천성은 버릴 수가 없더라

낭만 닥터 김사부를 보다가, 김사부가 도원장 아들에게 자신은 모난돌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난돌이라는 것은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물론, 모난 돌이 정 맞지만, 모난 돌이 있어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그만의 색채와 개성으로 이 세상을 더욱 다채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텃밭도 그렇다. 어떤 규칙이 없다. 그냥 내가 그때 그때 때려심은 잡동사니 정원이다. 하지만 난 이 정원을 보고 있자면 가슴 벅차다. 시점을 달리하며 꽃을 피우고 기특하게도 열매도 맺는다. 참 자랑스러운 녀석들이다. 물론 세상의 눈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내 눈에는 이보다 아름다운 정원이 없다. 나도 모난돌을 못난이 꽃을 사랑한다. 가지런하지 않지만, 아마추어 냄새 물씬 풍겨지지만 정감 가고 아름답다..

나는 내 어지로운 정원의 꽃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저 아이들은 씨앗에서 싹을 튀어 저렇게 커 꽃까지 피우는데, 나는 사는 걸 왜 이리 힘들어 하나. 나는 아직 그 꽃도 한번 피지 못했는데 왜 이리 지치나? 나도 저들처럼 강해봤으면 좋겠다. 누가 머라고 해도 나를 지키면서 내 꽃을 틔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경리 선생님의 천성이라는 시에서도 그런 구절이 나온다. 남과 다른 유별난 성격으로 사람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라고 되물으시면서 당신께서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그냥 괴팍한 외톨이라 할지라도 내 곤조대로 살자. 나라는 꽃은 원래 모났지만, 박노해 님의 시에서 처럼 사람은 다 달라서 존엄하다고 하니, 예쁘지 않은 성격이지만 그래도 이대로 살련다. 언젠가 또 이뻐보이는 그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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