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자꾸만 덜어내는 연습을 해본다.
집착을 덜어낸다는 것
어제 부모님 댁을 다녀오다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 아들아 어른이 되면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기 힘들어져, 엄마도 그래. 엄마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자주 뵙고 싶지만 사는 게 바빠서 그러질 못하고 있어. 아들아 너도 어른이 되면 아마 너도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 우리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보자.
정말이지 그렇게 되어버렸다. 부모님 댁에 찾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심지어 부모님이 같은 부울경에 계시지만 자주 뵙기가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우리 부모님은 두 분이서 잘 지내고 계셔서 내가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에 크게 서운해하시지 않는다.
부모님과의 헤어짐에 대해서는 이렇게 잘 받아들이면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상대적으로 인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이리 집착의 마음이 떠오르는 것일까?
지금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우리 삶에는 만남이 있고 이별이 있다고 하니,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찾아올 것이다. 남편과도 그러하다. 우리는 만났지만 헤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남편이 아프고 나서, 그 헤어짐에 대해 빨리 체감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헤어짐이 빨리 오느냐 아니면 나중에 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결국엔 우린 헤어진다. 머리로는 다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왜 이렇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집착인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게 다 이해가 된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어쩌면 윤회를 하고 다시 태어나고 죽고 이런 것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가끔은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두렵기도 하다. 나는 스스로 굉장히 쿨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럴 때 보면 너무 쫄보인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골드미스로 너무 멋지게 사는 우리 사촌언니와 친구들도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냥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모든 사람은 홀로 이 세상에 와서 홀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가끔은 미친 듯이 두렵고 무섭다. 그러다 남편을 바라보았다. 한동안은 저토록 불행한 가정의 남자를, 지지리도 복도 없는 저 놈을 만나 내 인생도 같이 망가졌다는 원망이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측은함이 많이 올라온다. 우리의 인연이 어디까지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내일에 불안해하며 떨지 말고 현재 지금 내 옆에 있는 그 아이에게 좀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내 마음속의 인연에 대한 집착과 헤어짐에 대한 불안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집착을 덜어내고 미움과 원망을 내 마음속에서 덜어내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이 괜찮아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조심스레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