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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n 28. 2023

증명해 보이려고 할수록

초조함만 드러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무엇인가 애쓰면 내 의도와 달리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무엇인가 증명해 보이려고 할수록 그 행위자체가 스스로 뭔가 결핍된 것을 인지하고 있다거나 혹은 또 무엇인가를 억지로 감추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게 된다.


그래서 조상님들께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말씀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애쓰지 않고 다투지 않고 증명해 보이려 하지 않고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라.


최근 들어 버티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버거워졌음을 느꼈다. 버틴다는 말은 의지를 동반하고 어떤 저항의 힘이 느껴진다. 그렇게 버티면 버틸수록 어색해지고 힘이 빠지게 된다. 그래서 되려, 힘을 풀고 내버려 둘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뭔가 자꾸 감추려 하지 않고 도망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냥 되는대로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나는 분명 도인이 되겠지.


인생에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면 지금 이 단계에는 자연스럽게 애쓰지 않는 전술이 필요한 거 같다는 판단이 든다. 왜냐하면 힘을 너무 많이 쓰다 보면 나중에 진짜 힘을 써야 할 때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호기로운 대운이 올 때까지 버티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이 자리에 그냥 서 있어야 한다. 진짜 힘은 나에게 이로운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그때 달리면 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단거리 경주마처럼 애쓰며 달릴 순 없기에 나는 긴 호흡을 가지고 찬찬히 덜 증명해 보이며 힘을 빼며 살아야겠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남편의 치병생활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치병생활도 그냥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암환자들은 맨 처음 암진단을 받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전투적으로 암세포를 줄이겠다고 무엇인가를 계속하게 된다. 항암, 방사능치료, 자연치료 등등...


남편도 그랬다. 항암기간 중에 암환자한테는 '산소'공급이 좋다고 등산을 무리하게 했고 갑자기 1일 1식을 하는 등 몸을 가혹하게 다뤘다. 결국엔 지쳐서 체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은 서서히 조심조심하며 치병활동을 한다. 무엇인가 극단적인 활동을 통해 한번에 암세포를 줄이겠다, 이것을 단번에 극복하겠다 이런 것 없이 그냥저냥 조금씩 사부작 사부작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치료가 가장 좋은 방법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살얼음 위를 걷듯 조금씩,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겠구나, 덜 애쓰면서 암과 함께 살아야겠구나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 방법이 옳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전략이 최선인 거 같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나의 현실도피는 아니기를 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살아내야 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때이므로 상선약수, 마침 장마이니 이 내리는 비처럼 물처럼 자연스럽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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