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이란 단어를 들으면 '야 너도 할 수 있어' 이런 가슴 벅찬 긍정의 의미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해석해 봤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긍정적인 사건이든 아니면 부정적인 사건이건 랜덤으로 갖가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이런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면, 맨 처음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암인 거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그토록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불행을 겪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일 먼저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발생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유한한 삶에 있어 생로병사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평범한 일을 굉장히 크게 받아들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듯했다. 매체나 소셜미디어에 나올만한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기본설정값으로 세팅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긍정적 사건들 이외의 모든 이벤트들에 대해서는 크나큰 불행이요, 비극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기본 세팅 값은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만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작은 불행들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암에 걸린다든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다던지 아니면 사기를 당해 큰돈을 잃는다든지, 주식투자를 잘못해서 돈을 날리고 빚을 크게 졌다든지, 실직을 하게 되었다든지 등등 수많은 사건에 대해 누구나 한평생에 걸쳐 한번은 겪고 지나갈 평범한 일임에도 절대 내 삶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 부정해 버리기에 막상 닥치면 너무 힘들고 비극적이라 느껴진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오만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다. 감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성미의 나를 '워워'시키며 매사 조금은 조심하고 때론 때때로 다가오는 어려움에 대해 조금은 대범해진 거 같다.
어쩌면 우리가 윤회라는 것을 한다면, 사람으로 태어나 현생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때 이런 문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변화무쌍하고 예측불변의 인생이란 항해'에 동참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세요.
유리는 이미 깨졌다.
불운이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우리에게 떨어지는 법입니다. 망루에서 항상 지켜보는 자만이 쉽게 인내할 수 있지오. -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