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가면 기분이 너무 상쾌해진다. 회사에서 내가 겪는 작은 불편함을 다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점심시간은 너무 감사한 시간이다. 평범한 일상을 천국으로 만들어주는 귀한 시간이다. 산책을 하다가 '인생을 덤으로 산다'라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넷플릭스 드라마 '셀레브리티'를 보면서도 인기와 부가 얼마나 한순간에 내 것이 아닌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내게 갑자기 찾아 온 행운이 실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그리 나 자신을 내세우며 남과 다투고 내가 가진 것에 그리 집착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든 것을 덤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본래 내 것은 없다. 우연히 내게 들어온 모든 행운에 대해서는 그냥 덤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기로 해본다.
이 작은 조직도 나에게는 참으로 덤인 복이다. 내가 잘났다라고 나를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거나 애쓰지 않은 채, 그냥 덤으로 주어진 이 자리에 감사한다. 물론 잘리지 않기 위해, 현재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이외의 결과에 대해서는 그냥 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정받아야지 무시당하지 않겠어 이렇게 악을 쓰는 것 보다, 그냥 이 모든 것을 덤이라 생각하면 그닥 파콰드 영주의 도발에 화가 날 것 같진 않다. 덤으로 주어진 직장이니 말이다.
남편이 지금 내 옆에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도 사실은 나에겐 덤이다. 21년 그 몸상태였다면, 시누이가 말했듯이 그놈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기에 지금 내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실은 덤인 것이다.
내 사랑하는 아이도 덤이다. 골드미스로 늙어갈 팔자였는데 어떻게 결혼해서 요렇게 내 더러운 성격 그대로 꼭 빼닮은 아들내미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아이 덕분에 나는 또 얼마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나. 그래서 앞으로 걸려올 학교 전화에 대해서도 그냥 감사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 주는 것에 항상 감사해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어제 저녁 책도 읽지 않고 티비만 보려는 그 아이 모습에 살짝 열이 받기도 했지만, 그냥 존재 자체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들여보자.
지금의 집도 덤이다. 원래 나는 주택에 살 계획이 없었는데 남편 덕분에 이런 동화 같은 분위기의 동네에서, 땅 밟으며 대지의 대한 무한한 감사를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삶인가? 그러니 주차 때문에, 집수리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려려니 해보자. 일단은...
보이는 모든 것에 그리고 모든 관계에 있어 내가 초연해 질 수만 있다면 지금 사는 현실이 천국이 될 수도 있을텐데. 이 속좁은 내 마음과 무지와 오만 때문에 그게 쉽게 행해지지 않는거 같다. 사는 오늘이 천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연습. 이게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