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머무르자.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답답해진다. 그건 남편은 항상 나에게 무엇인가 준비해라고 채근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남편에게 난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벅차라고 말했다.
남편의 권유로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다녔다. 그가 하고 있던 사업을 같이 하자며, 자기가 대학교시절에 땄던 자격증을 공부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난 그의 말대로 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왜 이렇게 나를 채근하는 것일까?
그건 불안 때문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내가 아이를 혼자서도 잘 키우며 살아가길 바라는 그의 염려와 불안 때문이다. 그의 마음도 너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불안은 그의 치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남편에게 건강이나 신경 쓰라고 나는 복이 있어서 알아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 현대의학에서도 정확하게 말을 하지 못하지만 수많은 가설 중에 하나는 교감신경 우위의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쉬운 말로는 스트레스!
남편은 태생적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며 집안의 영향 때문이지 항상 미래를 고민하고 온갖 시나리오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게 그의 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또한 항상 긴장상태에서 살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이맘 하면 됐지가 없는 듯했다. 집안에서 가구를 옮기는 것에도 항상 이리저리 옮기고 생각하고, 내가 보기엔 너무 답답하다.
내가 너무 대책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지쳐버렸다. 새벽같이 일어나 녹즙을 짜고 아침준비하고 회사 가고 다시 돌아와 저녁준비 하루하루가 벅차다. 그냥 난 오늘만 사는 나방처럼 살자라는 모토를 가지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준비... 그래 열심히 준비하며 살았던 20년은 우리에게 이런 결과밖에 주지 못했으니 나는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나는 그냥 딱 오늘만 산다.
오늘 하루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축복하며 살기로 했다. 지금 말썽꾸러기 아들 장난 보고, 우리 강아지 똥 치우고, 서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옆에 있는 서로에 집중하자. 어쩌면 내일이 안 올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가 그놈의 땅 팔아서 빚청산하겠다는 그 얘기를 20년이 넘게 하고 있지만 그건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놈의 무엇 때문에 나는 오늘을 버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딱 오늘만 보고 느끼고 감동하고 기뻐하고 살아야 한다. 그것하기에도 벅찬 시간들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행복하고 잘살기로 했다.
기다림이 생명을 소모한다.
몸은 어디든 다녀도 좋지만,
마음은 안정되어 매 순간 지금 그 자리,
자신의 본연의 자리에 있어라.
매 순간 인생이 흐르고 있다. 병들었든 건강하든, 기쁘든 슬프든, 아무것도 저항할 수 없다. 모든 일과 감정이 인생 그 자체의 선율이다. 그대로 받아들이라. 인생이 모든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면 생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금강경 마음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