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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Aug 30. 2023

지혜가 필요한 날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산고를 겪어야 한다.

창조하는 자 스스로가 새로 태어날 아이가 되려면, 그 자신이 산부가 되어 그 산고를 겪으려 해야 한다. from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등통증으로 잠을 잘자지 못하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름 식단관리를 하며 생활해 오고 있지만, 말기암환자의 통증관리는 단순히 식단관리로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나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서 진통제를 처방받고, 혈액검사지를 분석해서 부족한 영양요소를 보충제를 통해 관리하자고 말해봤다. 남편은 지금도 지친다며 NO라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 남편을 옆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그에게는 '지혜'가 없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꼼꼼하고 모든 시나리오별 결과까지 생각하느라, 항상 늦고, 늦는 만큼 시행착오가 없어야 하는데 항상 자충수를 둔다. 옆에 있는 처자식을 굉장히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정한 그 틀에서 제발 벗어나야 한다. 그 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치료가 힘들지도 모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질병은 어쩌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은 불우한 가정환경 탓인지, 매사 부정적이고 자기 세계 안에 갇혀있다. 그것이 우리 결혼 생활에 있어 모든 갈등과 고통의 원인이었음에도, 그런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치료에 있어서도 저렇게 미련을 떤다. 부디, 그가 자신에게 스스로 쳐놓은 그 장벽을 깨부수길, 그 알에서 빠져나와 제발 새로운 세상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그의 녹즙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끼니 걱정에 국과 반찬을 간단히 만들고 나온다. 그 마저도 스스로 차려먹기 힘들다고 나에게 징징거릴 때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저렇게 의존적인 어른으로 키운 시어머니가 한없이 미워진다. 하지만 도리가 없다. 나는 스스로 나를 다스리며 다른 대안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해 나갈 수밖에...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세상이 온통 붉은빛이었다. 어젯밤 비가 한창 내렸는지 사방은 수증기와 안개로 자욱했다. 하지만, 여명이 비추자, 제 아무리, 비구름이 왔다 해도 해는 뜬다. 붉은 해가 떠오르자,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던 수증기들이 붉은 노을로 바뀌었다. 이 멋진 광경을 놓칠세라, 얼른 밖으로 튀어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붉은 기운이 나를 감싼다. 혹시나, 무지개가 있으려나하고 하늘을 뒤지듯 쳐다보았지만 무지개는 없었다. 흠.... 하지만 이내 개를 한창 산책시키다, 다시 하늘을 쳐다보니 무지개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래 이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해는 이미 떴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다 보면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오른다. 그러니 긍정이다!!! 나는 단지 지금 지혜를 얻기 위한 산고를 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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