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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Oct 12. 2023

감춰라 그리고 거리를 둬라.

비밀스러운 직장생활

작은 조직이라고 해도 직장은 직장이다. 그래서 사내 정치라는 것이 있고, 네 편, 내 편이 나뉘고 더럽고 유치한 술수가 난무하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 조직에 몸 담은 지 어느덧 2년, 지나서 생각해 보니 딱 하나 내가 잘한 점이 있었다. 그건 '거리 두기'


코로나의 여파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불행으로 회사에서도 이전처럼 크게 웃고 떠들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남편의 항암기간 중에는 모든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파콰드는 나를 미친 X로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점심시간마다 나가서 산책 나가는 나의 습관 역시 나를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히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전 같았다면 불안하고 초조했을 것이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무리에 끼지 못하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작용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그 불안을 느끼기 전에 내 개인적 불행을 다루기에 더 바빠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접촉면이 늘어날수록 인간관계에는 오해가 생기고 말이 나돈다. 그리고 정치질이 난무한 조직에서는 그런 말과 소문은 불편한 일들만 양산할 뿐이므로 될 수 있는 한 나에 대한 정보가 돌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고 판단이 된다. 특히나 파콰드와 같은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어디서 주워들은 마키아벨리즘을 운운하는 나르시시즘적 성격의 인간과는 논쟁을 벌이지도 말아야 하며 그냥 자연스레 거리를 둬야 한다. 설사 사회성 부족한 왕따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건 자발적인 선택이므로 그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감당하기로 한다. 그들과 어울리며 논쟁하고 내가 사실은 이런 사이라고 나를 대변. 증명하려고 하는 시간을 선택하지 않은 대신 나는 좀 더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고 내 내면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고, 이대로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안정감은 내가 이 조직에서 인싸가 되어서는 느낄 수 없는 고귀한 가치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만약 어떤 조직에서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꾸만 폄하하려고 한다면 JUST WALK AWAY WITH A SMILE. 미소를 지으며 그냥 조용히 떠나라. 증명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냥 나라서, 나여서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옛 성현께서 말씀하시길, 자신과 조화로운 사람은 결국엔 우주와도 조화롭게 지낸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나 자신의 정신적 건강과 영혼의 평안함이 필요하다면, 자발적 거리 두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러면 혼자라도 괜찮은, 고요 속에서 꽤 성숙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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