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완치가 목적인가요? 생명연장이 목적인가요?

말에 압도당하지 않아야 한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다.

남편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 검사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건드린 것 같다. 그 말은 단지 현재 상태를 다시 짚어준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뉘앙스가 마음에 상처를 남긴 듯하다. 모든 말기암 환자는, 어쩌면 현재 받고 있는 치료가 완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임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완치의 희망을 품는다. 그건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상대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고.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라"라고.

그 의사의 말은, 현재 병원 시스템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술의 한계를 설명한 것일 뿐, 미래를 단정 짓는 말은 아니다. 미래는 오직 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저 오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공포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 그것이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이 가져야 할 태도일지도 모른다. '말기암'이라는 단어는 엄청난 공포와 암울한 이미지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 말은, 실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그저 '내 얼굴에 점이 있다'는 말과 같은 사실의 기술일 뿐이다.


우리는 왜 어떤 단어를 듣는 순간, 마치 모든 미래가 결정된 것처럼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걸까. 왜 어떤 말에는 유독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될까? 나는 그런 경험이 많다. 특히 엄마나 시댁 식구들이 무심코 던지는 부정적인 말에, 어떨 땐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그들의 말에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리고 나는 그 답을 알게 되었다. 그건 아마, 그들의 말과 비슷한 생각을 나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가능성조차 부정하고 싶었던 어떤 부정적 시나리오. 누군가 그걸 입 밖에 꺼냈을 때, 나는 마치 그 일이 실현될까 두려워 더 강하게 반응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향해 '이 돼지야"라고 말한다고 해도, 내가 나 자신을 돼지 같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그 말은 내 감정을 흔들 수 없다. 그 말은 말한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말은, 내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내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믿고, 내가 생각하는 감정과 신념, 그리고 신의 섭리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섣불리 마음을 내어주지 말자. 판단도, 결론도 너무 빨리 짓지 말자. 그건 그냥 말일뿐이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어떤 말도 나를 흔들 수 없다. 그 어떤 말도, 내 운명을 대신 말해줄 순 없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되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 칼 구스타프 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텅 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