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여행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여기저기서 캠핑을 가고 등산을 가고 해외여행을 나간다. 나 역시 나름 여행을 자주 나가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건강문제로 일정 잡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나는 이전부터 일본 삿포르 여행을 가고 싶었고, 설악산 봉정암에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식단과 체력적 한계로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약간 짜증이 올라왔다. 오빠네가 제주도로 놀러 간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우린 결혼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여행 한번 가지 못해서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근데 지금은 그런 마음을 툭 내려놓기로 했다. 조바심을 낸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부정적 기운만 올라올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휴우~숨을 길게 내쉬고 마음을 비워내보고 있다. 남편의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남편은 이제 65킬로였던 그의 몸무게는 이제 55킬로다. 흠...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남편 그리고 한창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의 인생을 그래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번뜩 지혜가 떠오르진 않는다.
며칠 전 멍하니 인스타그램을 보다 재미있는 짤을 보았다. 한 낚시터에 어떤 남자가 우스꽝스럽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들어온다. 이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제스처와 본새에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우습게 여겼지만, 이 남자는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물고기를 잡고 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바로 낚시터를 떠났다. 그러자 그 남자 옆에 있던 남자가 맨 처음에는 황당해하고 잠시 짜증을 내는가 싶더니 방금 전 비웃었던 그 남자의 자세를 따라 하는 것이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쒼나는 자세 말이다. 그랬더니 낚시터의 남자들이 모두 그를 따라 했다. Stay positive, bring happiness[긍정적으로 살면 행복이 온다]가 그 짤의 핵심 내용이었다.
물론 이건 너무 억지일지도 모른다. 운 좋게 그 남자가 물고기를 건져 올렸을 뿐, 그의 쒼나는 자세와 어떠한 인과관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난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그냥 붐지기 붐지기 하면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즐겁고 신나게 말이다.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웃는 걸 좋아하고 쓸데없는 농담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 그런데 참 오랫동안 그런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삶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갑자기 여행이라도 가야지하고 마음을 먹고 나니, 남편이 저러고 있다. 갑자기 남편에 대한 분노가 일어났다. 근데 말이다. 이런 생각도 내가 가진 하나의 관념일 뿐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야만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A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B가 성립된다는 내 관념은 A라는 외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큰 좌절과 분노, 허탈감을 가져온다. 나의 평정심은 외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금 현재에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혼자서 화장실에서 붐지기붐지기 엉덩이를 한번 쓀룩거려봤다. 붐지기붐지기
금강경 마음공부라는 책을 보니, 아무리 좁은 곳에 있어도 선정(禪定 - 내가 이해한 바는 명상수행인거 같다)을 통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무한한 광활함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 있던지 마음을 차분히 하고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보면 마음을 통해 무한히 넓은 공간을 느끼고 나와 함께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물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조바심이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내가 봉정암을 가지 않아도 이렇게 부처님의 뜻을 깨닫게 되는 것이니 그리 억울해할 필요도 없구나. 그리고 삿포르는 인연이 닿으면 가게 될 것이니 대신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빠져들어보자. 내 마음속에 있는 천 개의 공간을 느끼며 나는 오늘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냥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왜냐고 이제 곧 주말이니깐, 붐지기 붐지기
어디를 꼭 가야 인생이 재미있어진다는 내 관념에서 해방되니 나는 내 안에서 무한한 공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조바심 대신에 충만함을 느낀다. 그래 정신 승리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린 각자가 만들어 놓은 허상속에 사는 것이니 나는 내 허상속에서 그냥 엉덩이나 쓀룩거리며 살지 뭐.
모든 사물이 그 허공 안에 있다. 자신이 머물러 있는 공간 외에 헤아릴 수 없이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나를 옭아맬 수 있는 것은 자기 마음, 바로 이 한 가지 외에는 없다.
-금강경 마음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