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이었다. 모처럼 즐겨보는 여유였다. 지난 황금연휴 때는 날씨도 별로였고 아이 컨디션도 별로여서 다운 되었는데, 이번 주말은 정말 환상적인 날씨였기에 어디론가 슝슝 떠나고 싶었다. 물론 남편 때문에 집에 있긴 했지만 말이다. 남편은 갑자기 개문제로 화를 냈고 주말 내내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맨 처음에는 왜 저러지 하며 화가 나고 눈물도 났다. 하지만, 그 에너지에 같이 말려들면 안 되기에 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한번 해봤다.
남편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순간 나는 아이를 데리고 우선 집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파는 커피숍에 가서 우리 아들 좋아하는 초코라테와 카페라테 그리고 쿠키 두 봉지를 사서 당보충부터 했다. 일단 성공적이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 뒤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 뒷산에 있는 절에 갔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맨발로 촉촉한 땅을 밟으며 절까지 가는 동안 숲냄새를 맡고, 간간히 나뭇잎 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을 느끼고, 절에 도착해서는 조용히 법당으로 들어가 절을 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고요를 찾았다. 그리곤 그 절의 핫플레이스로 향했다. 다행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승탑을 돌며 감사 기도도 드리고, 아이와 솔방울 던지기 놀이도 했다. 이런 게 행복 아니겠어? 태양을 보며 태양경배요가도 한번 해보고 말이다. 모처럼 지금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곤 집으로 와서 우리 집 귀염둥이와 햇살 목욕을 하며 산책을 했다.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내 에너지 레벨은 올라왔다.
이 모든 정화 활동을 끝낸 뒤 깨달았다. 남편은 나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난 남편이 개를 거칠게 다루는 것 같아 그 점에 대해 말했는데, 남편은 내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근데, 그 시각은 본인이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가 측은하게 보였다. 조용히 녹즙을 갈아 위에 갖다주고 내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일어났을 때 그냥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넌 그 누구보다 잘하고 있고 멋진 가장이야라고 말이다. 부디 그가 스스로 쳐놓은 감옥에서 벗어나길 마음속으로 빌면서 말이다.
에그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을 아직도 읽고 있다. 그 책에서는 부디 현재, 지금에 머무르라고 한다. 만약 내가 남편과의 갈등을 하루 종일 생각하고 내 생각이 거기에 머물렀다면 어제의 멋진 햇살과 우리 아들 그리고 강아지와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즐기지 못했을 거다. '지금 여기에 존재함으로써 내가 맛보게 될 삶의 기적과 아름다움을 놓치게 될 뻔했다.' (p92 각색)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고 배워야 하나보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은 하늘, 우주가 우리 영혼의 성숙을 위해 만든 숙제라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이 숙제를 풀어보려고 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말이다. 한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일, 상대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지 말고 고요히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이번 단계에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가진 이고(EGO) 때문에 많은 불필요한 싸움과 오해, 원망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매일매일 나는 내이고를 내려놓고, 감정을 차분히 지켜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이런 마음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나를 테스트하려고, 주말에 그런 소동이 일어났나 보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조금 잘 대처한 거 같아 나 자신을 칭찬해 봤다.
조금씩 나를, 상황을 관찰하며, 상황에 반응하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며 즐기자. 분명 우린 한걸음 한걸음 걸음마를 떼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당신이 현재의 순간을 존중하면, 모든 불행과 고난이 해결되고, 삶은 기쁨과 편안함으로 충만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순간에 충실하면서 깨어 있으면, 무슨 일을 하든 가장 단순한 움직임 하나에도 고결함과 봉사와 사랑의 의식이 스며들게 됩니다.
'지금'에서 이탈해 쫓기듯이 사는 것을 멈추면,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 존재의 기쁨이 흘러들 것입니다. 주의력을 '지금'에 집중하는 순간, 당신은 고요함과 평화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