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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에서 벗어나기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우리 관계

by 따뜻한 불꽃 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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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빠네의 행복한 나들이 사진을 보며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갑작스레 울컥하며 남편이 밉게 느껴졌다. 결혼 후 행복했던 순간이 드물었다. 긴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남편의 사업 시작, 아이 출산, 시어머니와의 긴 동거로 우리만의 시간은 없었다. 매주 장거리 운전으로 본가를 오가며 지쳤다. 이 결혼 생활이 원망스러웠다. 오빠네의 자유로운 주말은 내 상처를 더 깊게 했다.


그 순간, 예전에 본 이진용 작가의 전시 ‘반복과 차이’가 떠올랐다. 민트색 벽에 멈춰버린 시계들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현재를 사는 듯하지만, 과거의 고통에 갇혀 있을 때가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서로 최악의 순간에 머물러 관계를 망쳤다. 나도 다를까? 남편을 원망하며 나는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갈등은 반복된다. 치유는 더디다.


하지만 멈춰버린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많은 부부가 그렇듯, 우리도 과거의 상처에 얽매인다. 친구 부부는 부모와의 갈등을 되풀이하며 지쳤다. 법정스님은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했다. 나는 남편과 대화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쓰고, 아이와 산책하며 새로운 순간을 찾는다. 치유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 작은 노력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새로움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행복한 ‘시즌2’가 기다린다. 나는 오늘 한 발짝 나아간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새로움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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