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다행이다. 후회하지 않아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남편과 나는 20년 가까이 함께하며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부부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삐걱거리며 서로를 맞춰왔다. 최근 남편의 정기 검진 결과는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암 진단이었다. 그의 축 늘어진 어깨와 두려움에 짓눌린 눈빛을 보며, 나 역시 흔들렸다. 하늘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노라 다짐했지만, 그의 아픔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지쳤다.
남편은 최근 힐링코드라는 책을 읽으며 자연 치유법을 실천해왔다. 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병의 뿌리가 마음에 있다고 고백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폭력적인 아버지, 감정적으로 소극적인 어머니, 각자도생의 가정환경—속에서 그는 늘 약자인 어머니를 보호하며 숨죽여 살아왔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결혼하지 말았어야 해. 미안해.”
그의 고백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솔직히 나는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손해 봤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연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시어머니와의 7년 동거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연약한 모습을 보니 연민이 솟았다. 그는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 누군가의 보살핌을 갈구했던 사람이었다.
인생의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인연은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어쩌면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그의 상처를 보듬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그를, 세상에 외로이 남겨진 그를 위해.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 내가 아파하는 건 내 몫이야.” 내 말에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그는 위로받는 듯 보였다.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이다. 이는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랑은 그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치유하는 힘이다. 나는 결심했다. 내 에고를 내려놓고, 그를 위해 더 큰 사랑을 주기로. 그의 아픔이 치유되길, 그리고 나 역시 그 사랑으로 치유되길 바란다. 너를 만나 다행이다.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