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지혜
주부들은 항상 아침이면 뭘 먹여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어제 아이가 먹다 남은 김밥 한 줄이 있어서 간편하게 이 남은 김밥에 계란물을 입혀 구웠더니, 근사한 아침 메뉴가 완성되었다. 계란이 한 개여서 그런지 아니면 김밥 크기가 커서인지 딱 4조각밖에 계란물을 입혀 굽지 못했다. 그래서 그거라도 접시에 내어 놓고 남은 김밥은 그냥 내가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는 내가 먹은 김밥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이 놈은 아침을 많이 먹지도 않아서, 음식이 남아봤자 쓰레기다 생각해서, 주부정신을 발휘해 내가 먹었건만 이 녀석은 그 김밥이 아까웠던 거다, 그걸로 아침부터 징징대어 결국엔 자기 아빠에게 혼이 났다.
샤워를 하면서 생각하다. 비단 아이만 그런 행동을 할까? 나도 여태껏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이미 내 접시에는 4조각의 따끈한 계란 김밥이 있지만, 나는 항상 이미 날아가버린 김밥을 두고 '아까비'하며 화내고 짜증 내지 않았던 가. 반성하자면, 내가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내가 바꾸지 못하는 현실 혹은 사람에 대해 자꾸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혹은 내 욕심만큼 충족되지 않아서 화가 나고 불만족 했던 거다. 이 어리석은 중생이여... 이제는 그냥 내 접시 위에 놓여 있는 것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감사히 받아들이겠다.
이런 반성을 하는 동안, 아침식사를 마친 아들이 와서 기분 좋게 '근데 그것도 배불렀어' 이러는 거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바로 그거야 하고 파이팅을 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아들아, 우리 앞으로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거는 그냥 받아들이고, 이미 주어진 것을 감사해 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 아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파이팅 손뼉 장난이 즐거운 듯 알았다 한다.
내가 먹어버린 김밥처럼, 이미 지나가버리고, 바꾸지 못할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바꾸겠다고, 발악하는 순간 인생에 역행하는 거다. 그리고 그건 정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나와 내 주변을 파괴시킬 뿐이었다. 경험상...바꾸지 못하는 과거, 관계에 대해선 그냥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냥 지금 주어진 건강, 아름다운 계절 그리고 그 모든 상황속에서도 같이 버텨온 우리 가족에 대해 감사히 여기며, 그냥 현재를 최대한 즐기며 살아야겠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레 콧노래 부르며 편안히 말이다. 역행하려 하지 말고, 그냥 오늘을 즐겁게 살으리라. 그래야 힘, 운, 에너지가 모인다.
오늘은 마침 금요일이다. 내일이면 주말이고 오예.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