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제2의 노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가족을 위한 저녁을 만들어 먹이고 그리고 아이 숙제를 봐줘야 한다.
아이의 방과 후 영어 숙제가 몇 주 밀렸다. 아이가 아팠고 나도 바빠서 그냥 넘기다 보니, 숙제가 제법 쌓인 거다. 휴우~어제는 같이 숙제를 보고 있는데, 아이가 성의 없이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여 감정이 확 올라왔다. 나는 지금 피곤한 몸으로 내가 가고 싶은 요가도 못 가고 이렇게 지 숙제를 봐주고 있는데 이게~무성의한 자세를 보여!! 이런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서 자동적으로 아이에게 확 쏘아대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둬, 내 시간도 귀한 거야!' 물론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아이는 피곤한지 잠들었고, 잠든 아이의 얼굴만 보면 미안한 감정이 올라온다. 꼭 그렇게 말할 거는 아닌데...
생각해 보니, 난 육아를 너무 힘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숙제, 안 하면 어떠냐? 엄마표 영어, 엄마표 놀이등 여건이 안되면 안 하는 거다. 아이 케어를 A부터 Z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그걸 채워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이가 어떻게 /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데라는 내 생각, 관념이 어쩌면 모두 허상이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욕망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가 커서, 난 그걸 원하지 않았는데요라고 하면 좀 억울할 거 같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성공이 내 성공 혹은 내 육아/인생의 성적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내려놓자.
어제의 나를 반성한다. 내가 아이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다는 피해의식 그리고 육아에 대한 스스로 만든 부담과 죄책감 등등 그런 모든 다크한 감정의 나를 반성한다.
그냥 쉬엄쉬엄 쉬엄쉬엄, 가볍게 가볍게, 이것 또한 내 인생 여정의 일부이니 즐기리라.
나의 TO-DO LIST를 버리고, 대신 아이 눈을 바라보며 아이와 매일매일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 꼬마 녀석과의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그냥 놀며 쒼나게 보내자. 심각하지 말고, 애쓰지 않은 육아 아니 그런 삶을 살리라.
아 퇴근 시간이 즐거워지는 듯하다.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