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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Nov 15. 2023

욕하다 보니 닮더라

내 입을 단속해 보는 연습

이제 파콰드는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 나는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실은 파콰드의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어 이다 파콰드가 그려놓은 프레임으로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면 어쩌지' 하고 스스로 그 틀 안에 갇혀버린 나를 발견했다. 스스로 내 생각과 행동을 감시하는 '자기 검열'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거였다. 그리고 항상 파콰드의 동태를 살피고 사사건건 비판적 눈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부정적 마음을 키웠다. 그래서 욕하다가 닮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가 보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내가 관찰한 파콰드의 수상쩍은 행동을 다른 부장님과 얘기하려고 했었다. 근데 아차 했다. 이거 뭐야 나도 똑같은 인간이네. 험담은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좋지 않고 부정적 에너지를 끌어당긴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멈췄다. 


파콰드도 떠난 마당에 더 이상 나 스스로 그의 영향력 하에 있게 할 필요가 무엇인가? 그래서 이제 앞으로 나는 내 입, 생각을 단속하기로 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기 검열을 해보는 거다. 책을 보다 보니 인생을 판단하지 말라는 구절이 나왔다. 그 누가 되었건, 다들 각자가 처한 환경 내에서 자기가 가진 카르마로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내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나는 그 사건을 통해 내가 결코 외부의 부당한 힘과 권력행사에 대해서 숨거나 도망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용맹하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전시회에서 성격유형 테스트를 해보니, 난 용맹한 사천왕 흉갑의 도깨비란다!


그러니, 더 이상 상대를 미워하고 자꾸만 그 사람의 부정적인 면을 들추거나 그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신, 내 입과 생각을 한번 더 옥죄여 동여매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정구업진언 -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물론 내가 입으로 지은 죄가 다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라도 입으로 짓는 업보를 줄여봐야겠다. 파콰드를 보며 싫어했던 그의 과시적이고 말이 많은 모습은 사실 내 안에도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내 언어가 더 경박하고 나대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침묵의 자세를 취해야겠다. '내가 잘났어, 나 이거 알아, 나 사실 이런 사람이야'라는 경박한 자아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내 말과 내 생각을 지켜보고 침묵을 지키자. 그렇게 하다 보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고요하고 안정감 있는 삶의 자세가 배어 나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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