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존감은 결국 내 하루하루가 만든다
지난주, 회사 폴더를 보다가 누군가 나를 타깃으로 찍어 놓은 사진들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진들은 분명 악위적인 목적을 가지고 찍혔으며 저장된 것이었다. 인사팀에 알렸고, 예상대로 - 이 회사의 독선적인 인물-가 그걸 증거 삼아 이상한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대체 내가 뭐라고 파파라치처럼 감시를 하나, 회사에 '탐정'까지 동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셀럽인가?
사실 그날 이후 며칠간 마음이 불편했다. 속상했고, 분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다잡았다.
It's not my fault.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런 추잡스러운 행위를 벌이는 이들이야말로, 언젠가는 자기 혐오와 수치심에 무너질 것이다. 나는 그럴 이유가 없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타인을 괴롭히는 걸까. 나는 생각해봤다. 그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과 협소한 시선, 그리고 '이 회사 아니면 안 된다'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 아닐가.
누구나 알고 있다. 자신도 떳떳하지 않은 일을 했을 때, 아무리 남이 모른 척해줘도 자기 안의 내면은 안다. 그 불안한 내면은 언젠가 그 사람의 삶을 갉아먹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삶은 자존감을 조금씩 좀먹는다. 그러니, 결국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나는 믿는다.
삶은 행동의 총합이다.
어딘가에서 비겁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비겁한 인생이 되고, 조용히 자기 신념을 지키며 살아낸 하루하루는 결국 당당한 인생이 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산책길에서 쓰레기 하나 주우며, 무례한 사람 앞에서 나를 잃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삶. 그런 삶이 결국 내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 믿음으로 버텨왔다. 왕따를 당하고, 회의 시간마다 공격당하고, 조직적인 괴롭힘을 받아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 등을 찔렀지만, 나는 등을 펴고 걸었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게 버텨온 나에게, 그들이 몰래 찍어놓은 사진 따위가 흠집 하나 낼 수 있을리 없다. 오히려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위로를 보낸다. 그들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스스로의 몰락을 만들고 있음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아주 미미하게 보이는 것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씨앗 하나의 힘은 이처럼 놀랍고 위대하다.
- 정원의 철학자 중에서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씨앗을 심는다. 나를 무너뜨릴 수 없는 그 단단한 삶의 씨앗을.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은 거대한 나무가 되어, 내 자존감을 더욱 우뚝 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