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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Nov 20. 2023

남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다.

내 자존감은 결국 내 하루하루가 만든다

무례와 혐오, 경쟁과 분열 그리고 온갖 폭력이 난무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지난주 회사 폴더를 보다가 누군가 나를 타깃으로 찍어 놓은 사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 사진들이 굉장히 악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사팀에 가서 말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파콰드가 그 사진을 증거로 이상한 공작을 벌였다고 한다. 아니 회사에서 '탐정'까지 고용하나, 내가 그렇게 중요한 셀럽이었나?  파파라치인가라는 우스운 생각까지 들었다.


주말에 이 생각으로 사실 불편하고 슬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It's not my fault.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런 추잡스러운 행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이런 일에 대해 스스로 수치감과 자기 혐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아니라 말이다. 이 사건은 내 자존감에 하등의 스크래치도 남기지 않는다. 조금 속상하고 슬펐지만, 이내 나는 이걸 딛고 일어섰다.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그건 자기 자신이 가진 불안감과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을 볼 수밖에 없는 자기 시선의 협소함, 더 나아가 이 직장 아니면 안 될 거야 하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모든 일들은 결국엔 자기 자존감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설령 그것을 남이 모르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 내면은 알고 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발악하며 난 잘못이 없다고 뻔뻔하게 굴지만, 그런 행동을 하다 보면 자꾸만 초라해지고 작아진다. 그래서 자존감은 더 낮아지는 것이다.


내 인생을 만드는 것은, 나라는 인간은 내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서 비겁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비겁한 인생이 되는 것이고, 힘들지만 해야 할 일을 하고 조용히 자기 신념에 따라 살아온 하루하루는 담대하고 당당한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이 알아주지 않지만, 조용히 자기 마을 산책로의 쓰레기를 줍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만나는 타인에 대해 미소를 짓고, 부당한 권력과 무례함 앞에서 절대 나다움을 잃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한다면 아니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 단단한 자존감을 만들고 그리고 길게는 멋지고 단단한 내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그동안, 나는 회사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미팅 때마다 공격을 받았고 집단 괴롭힘을 받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따위로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의 공작에 여유롭게 웃음 지었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지난 2년의 하루하루가 지금의 내 자존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코 쉽게 무너지고 굴복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런 추잡스러운 행동까지 발견하게 되었지만, 이 무례함이 나에겐 어떤 흠집도 남길 수 없음을 알기에, 그런 사진을 찍고 추잡스러운 행동을 했던 파콰드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그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엔 그의 몰락을 스스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주 미미하게 보이는 것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씨앗 하나의 힘은 이처럼 놀랍고 위대하다.


한 번에 씨앗 한 개를 옮겨 씨앗이 움직이는 흐름이 되고 이것이 모여 더미를 만드는 것처럼, 이 세상은 낱낱이 존재하는 것들의 연속적인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

정원의 철학자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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