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나를 찾는 시간
새벽녘,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따라 작은 사찰로 향했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이었다.
가까운 이의 건강이 불안한 소식에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그 불안을 달래고자, 고요한 사찰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찰에 들어서며 촛불을 켰다.
그 불빛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며,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웠을 때, 예전에 읽은 파친코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선자야, 여자의 일생은 일이 끊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삶 이데이.
고통스럽고 또 고통스러운 게 여자의 인생 아니겠나.
니도 각오하는 게 좋을 끼다.
항상 일을 해야 한다.
가난한 여자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이가.
기댈 건 우리 자신뿐이다 이기라.
그의 소식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집 안을 맴돌았다. 나는 그의 기분을 살피고, 아이를 챙기고, 일상에 묻혀 하루를 보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다시 사찰로 향했다.
이번에는 그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나를 위해 기도했다.
아픈 이의 고통은 크다. 하지만 그 곁을 지키는 이의 마음도 지친다. 끝없이 이어지는 터널 앞에서, 매일같이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이 길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 나도 오래 버텨내야 한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이제는 나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
안개가 깊은 오늘 아침, 마치 동해의 용왕이 산자락에 내려온 듯했다.
그 신비로운 기운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촛불 앞에서 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이도, 일도, 다른 모든 것도 잠시 미뤄두고, 오직 나를 지키기 위해 기도했다.
사찰을 내려오며, 안개 사이로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았다.
그 부드러운 풍경 속에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나를 더 아끼리라.
내가 무너지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도 흔들릴 테니까.
오늘, 내 안의 작은 불씨를 더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기댈 건 결국, 나 자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