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준비하는 자세
산책을 나가서 보니,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 화단에 심겨 있는 로즈마리가 이발을 했다. 덥수룩한 머리처럼 지저분했던 화단이 말끔히 이발된 모습으로 정리되어, 보는 나까지 새삼 시원하고 정돈된 기분이다. 겨울을 잘 이겨내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나보다 했다. 산책을 나가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비단 그 가게뿐 만 아니라, 몇 달 전에는 길가에 있던 벚나무들도 모두 가지치기를 했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나무들을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뿌리가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이런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에 있어 이따금 찾아오는 시련과 고통도 이런 가지치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면 뿌리가 약해지고 나무들이 웃자라듯 사람도 그 근본이 약해지고 자기 자신과 멀어진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에서 주어지는 고통과 시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나와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시련 또한 가지치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린 계속 서로를 미워하며, 각자가 원하는 삶과는 너무도 먼 모습으로 살아가며, 그 불만과 증오로 자기 인생을 저주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아프게 됨으로써 우린 마침내 어머니와 분리되었고 우리만의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아파서 가장 좋은 점은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점이야. 이건 아픈 이의 특권이야"라고 말했다.
그래 지금은 니 몸이 가장 우선이다.
오늘 아침은 꽤 추웠다. 아침에 눈인지 비인지가 내려 대지는 촉촉했고, 코끝은 시렸지만 공기는 매우 맑았다.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해가 빼꼼히 나와 아침을 알렸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지만 겨울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 꽤 좋아지고 있다. 아니, 즐기고 있다. 우리 시골 주택집은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더 춥다. 하지만, 이런 추운 겨울이 없었다면 따뜻한 침대 속이 천국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거 같다. 그리고 갓 구운 고구마와 귤이 저세상 맛같이 환상적인 간식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이 추운 주택에서 보내는 겨울의 묘미인 듯하다.
그리고 시련을 겪다 보니 누가 내 옆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지가 보였다. 이 깜깜한 동굴 안을 비춰주는 호롱불 같은 존재가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누가 나의 참가족이고 친구이며 소중한 사람인지가 지금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하나보다. 본질을 가져가기 위해서, 그리고 좀 더 가벼워진 꽃눈에 모든 힘과 희망을 응축시켜 다가오는 봄에 땅을 뚫고 힘차게 위로 뻗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추운 겨울, 가지치기를 온몸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즐기도록 해야겠다. 그나저나 올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