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어내는 상황을 지켜보는 연습
남편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거 같지 않다. 아마도 추운 날씨 탓도 있을 것이고, 연초에 그의 가족이 만들어낸 파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일 수도 있겠다. 남편은 그 나름대로의 동굴 속에 머물러 자신이 만들어낸 고통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다. 맨 처음에는 그 파동을 일으킨 그의 가족들을 원망하고 저주했다. 그리고 덩달아 내 컨디션까지 난조가 되어 내 운명을 원망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아 난 왜 이렇게 남편복이 없는 걸까?' 이런 한심한 생각말이다. 이럴 땐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에그하르트 톨레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의 책은 때론 어려워 책장이 쉬이 넘겨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삶은 내 생각이 지어내는 만큼 최악이 아니다.
오늘 이 구절과 마주쳤다. 맞는 말이다.
삶에서 마주치는 상황들은 그냥 객관적인 상황이다. 날씨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온갖 해석과 유불리를 들이대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또 기뻐하고 흥분하기도 한다.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삶이 주는 상황을 받아들이면, 저항하려고 할 때보다 훨씬 더 적은 힘으로 고요하게 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시대의 현자들이 계속 말하지 않던가 우리 각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선택권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은 눈이 오는 시즌이다. 그러면 나는 이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스키를 타면 되겠다. 이렇게 놀다 보니, 봄이 오겠지. 아 봄에는 예쁜 튤립과 수선화, 작약이 피었네. 아 아름다워라.
인생은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 그냥 그것은 그대로이다.
그러니 나도 내 생각이 지어내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차분히 바라본다. 조금은 마음의 평온함과 고요함이 몰려든다. 어쨌든, 모든 것은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고 그 끝은 분명 내게 최선일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