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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너머의 삶, 애틋한 일상

- 마담 보바리를 읽고 나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허상을 걷어내고, 지금 내 일상을 가장 애틋한 진실로 바라보기


보바리 부인

최근 나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읽고 있다. 주인공 엠마를 보며 나는 '욕망'과 '허영', 그 가짜에 대한 집착이 결국에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를 다시금 절감했다. 엠마는 로맨스 소설에 빠져, 현실과 환상을 혼동한다. 삶은 마치 황홀한 사랑 이야기처럼 전개될 것이라 믿고, 늘 뭔가 특별한 것을 갈망한다.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결혼 초기에 내가 가졌던 감정을 떠올렸다.


내가 꿈꾸었던 결혼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어떤 '완성된 그림'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실은, 그림 밖에서 끝없이 울리는 소음과 부족함으로 가득했다. 꿈꾸던 삶과 현재의 삶 사이의 간극, 그 간극에 나는 좌절했고,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반복되는 일상은 무기력했고, 나도 모르게 나만의 '썸띵 스페셜'을 꿈꿨다.

결핍을 망상으로 채우는 법, 엠마처럼 나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엠마가 상류사회를 동경하듯 우리도 현대의 '청담동 부자들'이나 SNS 속의 화려한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 속살은 어떨까. 앤디 워홀이 사랑한 뮤즈, 에디 세즈윅. 그녀 역시 세상의 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깊은 우울과 중독에 잠겨 생을 마감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들. 우리가 갈망하던 그것이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허무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무언가와 지금 내 현실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다. 스스로 만든 허상과 싸우는 삶.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나는 내 안의 허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허상을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 지금 이 평범한 일상.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발가락을 만지며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는 시간. 화려한 커리어우먼은 아니지만,

공장의 퀴퀴한 냄새를 맡으며 불평을 삼키고 일하는 이 직장. 그래도 임금이 제때 나오는 이곳이 지금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현실이다.


말기암 환자인 남편이 어느 날 고백했다. "숨 쉬는 것, 아프지 않고 잠드는 것이 그렇게 축복인 줄 몰랐어."

그 말에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나는 이 별것 없는 일상조차 때로는 하찮게 여기며 살았구나. 그래도 이제는 점심시간 미역국 한 그릇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담 보바리] 속 한 구절이 오래도록 머문다.

"그녀를 둘러싼 평범한 일상은 예외적이고,
저 너머에는 정열과 행복의 나라가 펼쳐져 있다고 그녀는 믿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저 너머는 신기루일 수 있다. 권태로운 일상이라도 한번 잃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여기에 펼쳐진 이 소소한 삶이 가장 확실하고, 애틋한 진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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