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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빈자리에서

결핍은 나를 구원할 것이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결핍은 상처가 아니라, 언젠가 나를 구원할 씨앗이다.


결핍은 일상 속에서 불쑥 얼굴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자랑으로, 누군가는 부러움으로, 또 누군가는 슬픔이나 두려움으로. 나 역시 남편의 아픔 앞에서, 다른 가족들의 풍경 속에서, 내 안의 빈자리를 발견한다.


나도 안다. "지금도 나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결핍은 때때로 그 확신을 흔들며 불쑥불쑥 마음을 파고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더 화려하게 포장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허영심 뒤에는 어김없이 실망과 열등감이 따라온다.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는 비교 속에서, 누구는 잃어버린 사랑에서, 또 누구는 질병이나 불안한 미래 앞에서 결핍을 마주한다. 결핍은 인간이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억누르려 할수록 더 크게 자라나고, 애써 외면할수록 더 깊은 어둠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결핍을 느끼고 있구나.", "내 안에서 불안과 슬픔, 두려움이 올라오고 있구나."

그저 그렇게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이다.


아침 햇살 속, 그의 아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마음은 또 한 번 흔들렸다.

조깅으로 숨을 고르며,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려 했다. 건너편에서 웃으며 달리는 이들을 보자, 부러움이 살짝 스쳤다. 하지만 나는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이 결핍은 내 안의 안개일 뿐이다." 그것을 억누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문득, 아이를 낳던 순간이 떠올랐다. 고통 속에서도 삶은 나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결핍도, 어쩌면 그런 통과의례일 것이다.


결핍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마음일 뿐이다. 나는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그럼에도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 자체로 나는 충분히 온전하다.


그 빈자리가 결국 언젠가 나를 단단하게 할 것이다. 그 빈 공간에서 감사와 희망이 자란다. 결핍은 상처가 아니라 언젠가 나를 구원할 씨앗이다.


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행은 사유재산이다.'

인간은 비극적인 체험을 통해서 진리에 다가선다고 한다. 그러니 이 체험을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나를 구원하는 힘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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