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살

두 번째 화살은 내가 피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었지만, 두번째 화살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불현듯 화살이 날아든다. 직장에서 원치 않는 변화가 찾아오고, 사랑하는 이를 잃을까 두려움이 엄습하며, 예고 없이 불행이 삶을 흔든다.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운명의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통화를 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 조치를 받았고, 그 결정에 반발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담담히 말했지만, 그 뒤에는 깊은 상처가 배어 있었다. 또 요가 학원에서 들은 소식도 있었다.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녀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나라고 다를까. 3년 전, 내 삶에도 첫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남편은 말기암 판정을 받았고, 우리는 함께 운영하던 사무실을 정리해야 했다. 나는 다시 직장으로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직장은 녹록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견뎌야 했고, 매일이 버티기의 연속이었다.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그때 나는 운명을 원망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내 삶은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책에서 한 구절을 읽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그 안에 담긴 불교의 가르침, ‘두 번째 화살’ 이야기가 내 마음을 멈추게 했다.

붓다는 말했다. 첫 번째 화살, 즉 피할 수 없는 불행은 누구에게나 날아든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 곧 그 불행을 해석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원망과 분노, 끝없는 두려움은 피할 수 있다고.

돌아보니 나는 내 삶에 두 번째 화살을 수도 없이 쏘아왔다. 남편의 앙상한 몸을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휘둘렸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불안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환영이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붙잡고 괴로워한 망상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두 번째 화살만큼은 피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힘겹게 내려온 남편을 보고 웃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와 함께 웃고 싶었다.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쩌면 지금 그게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일지 모른다’ 하고 흘려보내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가족과 함께 경주로 봄나들이를 간다. 혹시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린다 해도, 그 나름대로 즐기면 된다.

첫 번째 화살은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번째 화살은 내가 피할 수 있다. 어쩌면 신이 무작위로 쏘아댄 게 아니라, 내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보내준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그렇다. 그동안 수많은 실수와 좌절을 겪으며, 내 운명의 무게에 주저앉을 때도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렇게 살아 있다. 남편도, 나도, 아직 여기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다른 화살이 날아온다고 해도, 나는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으리라. 대신 오늘을 선물처럼 살고, 벚꽃이 피는 봄을 즐기리라.

우리는 모두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번째 화살은 다르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