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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an 25. 2024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한다.

비난은 받되, 경멸과 미움은 받지 말아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흘깃하다 보니 40대에 해야 하는 일,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슬라이드에서 내 눈길을 끈 한 문장을 발견했다. '비난은 받되, 경멸과 미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 문장은 군주론에 나온 내용을 각색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책에서 군주란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그가 하는 행동이 경박하고 도덕적이지 않아 경멸과 미움을 받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건 정말,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일치했다.


떠나는 파콰드의 뒷모습은 추했다. 그는 자신과 도원결의한 남아있는 직원들에 대한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자기가 챙길 수 있는 가장 많은 위로금을 받기 위해 내부 직원들을 선동하고, 우매한 그 직원들은 파콰드의 바람잡이 노릇을 하느라 그룹에서 나온 감사팀 및 경영진들의 비난과 눈총을 받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어쨌든 파콰드는 영원히 이 회사에서 사라졌다. 그와 도원결의했던 직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이 파콰드를 위해 했던 그 모든 무모한 짓들이 결국엔 단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이득이었을 뿐 조직 혹은 적어도 자기들을 전혀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랑했던 누군가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떨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가장 찐한 사랑의 반대말은 가장 찐한 증오가 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나이 먹어가얻은 지혜란 돈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명예, 떠나는 내 뒷모습이다. 그다지 명예로운 일을 해온 것은 아지만 비난받으며 회사를 떠나온 기억은 없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 그러고 싶진 않다.


다른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된 본사 임원의 뒷모습은 깔끔했다. 그 임원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조직 개편으로 나가야 하는 수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아름답게 퇴장했다. 마지막까지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아름답게 마무리했고, 작별인사는 따로 남기지 않았지만, 그가 회사에 악의를 품고 이상한 짓을 했다던가 그러진 않았다고 한다. 단지, 파콰드의 기행에 대한 보고를 길게 남기고 떠났다는 풍문만 전해질뿐...


나와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본사 동료는 나에게 파콰드에 대해 말하면서 그가 그런 기행을 하는 것이 문화적인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건 문화적인 게 아니다. 단지, 우리의 이고(ego)가 극에 달했을 때 보여주는 가장 추악한 모습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 누구나 그렇게 추하게 끝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우린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뿐이다.


가족과 친구보다 돈이 중요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무엇보다도 경멸과 비난을 받는 그런 사회생활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모든 것을 양보해도 내 마지막 자존심은 내 품위를 지켜내는 일이다. 물론 품위가 밥 먹여 주진 않지만, 그래도 죽을 때 조금은 맘 편히 내 마지막 날에 웃을 수 있으리라, 그게 내 자존감을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서사시의 영웅들은 결과가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아무리 정교하게 선택하고, 운을 잘 지배할 수 있다고 자만해도 결국 최후는 운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해결책은 품위뿐이다. 품위란 환경에 직접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 행동은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히 최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다. 억압 속에서 품위를 유지하라.

- 나심 탈레브 '행운에 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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