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평등의 마음을 갖고 바라보는 마음
회사 주차장을 지나다가 삐쩍 마른 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그 고양이는 빼곡한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엔진이 막 꺼진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듯했다. 나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눈에 들어왔다. 그 고양이는 몇 달 전 내가 야근을 하다 늦게 퇴근하던 날, 나랑 경비실을 같이 나갔던 새끼 고양이었던 거 같다. 몇 달 새 저렇게 커버렸는데, 불행히도 주인도 없는 이 넓은 공장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듯하다.
회사 동료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길고양이는 더러워서 만지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분은 자기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아 만질 생각 없어요.'라고 대답하긴 했다. 순간, 참 사람이나 짐승이나 누구 옆에 있느냐에 따라 이렇게 삶이 달라지는구나, 그 길고양이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
분별하는 마음
내 것, 나와 관련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마음.
나 역시 다르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힘든 상황에 있었던 적이 있었고, 어릴 적엔 딸이라는 이유로 할머니께 구박을 받았다. '다르다'는 이유는 참 많은 차별과 냉대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미국의 흑백갈등, 나치의 인종청소, 일본 제국주의 시절 난징 대학살과 관동대지진 한국인 대학살 등등 역사 속에서 '남과 다른' 이유로 그 분별로 인해, 많은 사람과 생명들이 전쟁과 학살을 통해 희생되었다. 아마 그 역사를 기억한다면, 우린 그 분별의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고 점검해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분별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내려놓을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우리가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만물은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연민과 자비, 보살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성경에서도 똑같은 말씀을 설파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우리 모두는 이 험난한 지구별에서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만약 직장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았다라면, 내가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더라면 그 고양이가 눈에 밟혔을까? 그 고양이가 나와 같이 보여, 측은하고 불쌍해 보였을까? 뭐 무슨 감정이든 간에, 그 아이에게 밥을 줬다. 내 차 밑에 먹이를 놓아두었더니, 그 아이는 귀신같이 내 차 밑을 찾아 와 먹이를 먹고 갔다. 참 신기하다.
아직까지는 그 분별의 마음을 내려 놓지 못했고, 때때로 화도 난다. 하지만, 일단 이 고양이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려고 한다.
너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때론 벅차고 힘든 삶이지만, 우리 이 지구별에서 한번 잘 살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