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생긴다.
입춘 법회에 다녀왔다. 원래 절에 자주 나가지 않지만 올해는 왠지 날삼재라고 보살님께서 참여해라고 말씀하셔서 한번 나가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오전 각각의 이유로 부처님 앞에서 지극정성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스님의 법문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만족'이라는 부적을 항상 마음에 지니고 다니며, 내 마음속의 마구니가 올라올 때마다 한번 내밀어 보라는 것이다. '만족'이라는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욕심이라는 마구니가 내 정신을 어지럽히려고 할 때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만족'
- 이 만하면 다행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이해한 만족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 현재에 살아감을 의미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미혹한 중생인지라, 가끔은 그 만족하는 마음을 놓치고 만다. 어쩌면 남편이 지금 현재 내 옆에 있는 것에 만족하고, 양가 부모님 아직은 건강히 살아 계심에, 그리고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만 마음속에서 이 따끔씩 지금 이 순간이 지옥처럼 여겨질 때가 생긴다. 사실 어제도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삿된 한방을 노려보기도 했다. 이럴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마음이 들 때, '유혹, 욕심'이라는 마구니가 내게 다가온다고 한다. 마치 어떤 것을 하면 한 번에 내가 직면한 모든 난제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어리석은 신기루가 나타난다. 그래서, 지금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이거 웬걸 지하가 있었네?! 그런 쓰라린 인생의 레슨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인생에 그런 한방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신도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자에게 축복과 자비를 내리지 않으신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삶이 내 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에 만족해야 한다. 하루하루의 온전함과 감사함을 매일매일 경험해야만이 내 안의 평정심과 고요가 찾아오고, 그 깨끗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행한 내 기도와 행동들이 내 삶에 힘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한방의 어떤 묘책으로 잘될 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소소히 내게 주어진 그 하루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그 속에서 기쁨과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말이지, 다시 한번 솟아나는 신나는 삶의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별생각 없이 다녀온 입춘 법회였지만, 생각보다 큰 수확을 얻게 된 하루다.
그래도 24년도는 입춘대길, 그리고 지금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