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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받아들이고 행동하라!

by 따뜻한 불꽃 소예

친정에서는 제사를 지낸다. 그래서 명절에 보는 새언니의 얼굴은 항상 어둡고 지쳐있다. 부모님께서 이제 연로하시어 그 제사를 오빠네에 넘겨주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은연중에 오빠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하신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무슨 제사를 물려주려고 하냐고, 오빠네 이혼하는 꼴 보려고 하냐며 그냥 제사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나에게 출가외인이 집안일에 참견한다며 제사는 간섭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모님의 오래된 관습과 생각을 바꾸기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많은 제사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그 제사가 조상에 대한 은덕을 기리기 위함인지 아니면 조상님께 우리를 굽어 살피사 은혜를 내려주시길 바라는 기복적 마음에서 하는 것인지 항상 헷갈렸다. 내 주관적 판단으로는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직까지 그 기복에 대한 우리의 염원이 응답받지 못한 거 같다. 뭐 출가외인이 봤을 땐 그렇다.


바라는 마음


연휴 동안 운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으며, 이 바라는 마음과 지금 내가 마주한 상황을 연결 지어 보았다. 그 책들에 따라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이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며 실력을 통해 행운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반면, 운이 좋지 않은 사람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어떤 묘책과 비법을 찾아다닌다. 나는 그동안 운이 안 좋은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대단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연성에 너무 집착했었다. 학창 시절에는 수능날 대박 나길, 대학 시절에는 길에서 우연히 멋진 남자를 만나는 상상을, 사회에서는 갑작스러운 부동산 대박이나 비트코인 폭등을 꿈꿨다. 그리고 남편의 기적같은 건강 회복을 바라고 있다. 그렇게 나는 풍수, 사주, 기도, 약초 등에 집착하며 Serendipity, 우연한 행운에 내 귀한 인생을 낭비해 왔다. 그리고 그 우연한 행운은 보다시피 나에겐 찾아오지 않았다.


받아들이고 행동하라!


이제야 내가 잘못 살았왔음을 깨닫는다. 그 헛된 욕심과 망상에서 벗어나고, 지금의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대한 내 속으로 들어가, 내 안의 고요함과 평화로움, 그리고 즐거움을 찾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한다.


결국 '운'이란 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의 문제였다. 지금 당장 로또에 당첨되진 않겠지만, 나는 내 표정, 말투, 태도, 걸음걸이, 목소리, 체력은 지금부터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


첫째, 나는 올해 나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따뜻한 말을 하고, 깨끗한 옷과 구두, 좋은 향기로 나를 꾸밀 것이다.

둘째, 나는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할 것이다.

셋째, 나는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매일 눈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책을 읽어줄 것이다.

넷째, 나는 남편을 위한 기도를 매일 30분씩 할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연간 계획을 쭈욱 세워봤다. 올해 내가 대박이 날지 안날지, 남편이 기적적으로 회복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시작이 반이니, 이미 절반은 온 셈이다. ^^



김동완 '더 포춘책'에서


"받아들이고 행동하라. 지금 이 순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이를 선택한 것처럼 받아들여라. 언제나 맞서기보다 고치려고 노력하라. 이는 기적처럼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다. " -에그하르트 톨레-


박성준 '운의 힘'에서


"인생에서 버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우리는 경험도 벌고 인격도 벌면서 성숙해 간다. 그런 과정을 겪어가면서 만들어진 고매한 인격은 억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경험이자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는 곧 그 사람의 격이 된다."


운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운은 결코 바라는 마음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내려놓고, 내가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감사하며 살아갈 때 찾아 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오늘도 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조용히 빚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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