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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Feb 27. 2024

짱돌을 던지기 전에 일단정지

우리의 그 섣부름을 유보하자.

연예인 전종서의 뉴스가 포털 메인에 있어 한번 읽어보았다. 과거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을 두고 연예인병이니 하는 여론의 비난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 어느 TV쇼에 나와서 그 당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희귀병 진단소식으로 괴로워 그런 표정이 나왔노라 하고 밝혔다고 한다. 사회자가 그녀에게 왜 사정을 그때 밝히지 않았냐고 하니,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다. 어떤 오해가 있든, 루머가 어떻든, 굳이 해명하고 이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대답하였는데 단단한 그녀의 모습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그래 우리 모두에게는 남들에게 일일이 말하지 못할 사정이란 것이 있다. 그런 것이 있다는 걸을 이해하는 것이 어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어른, 나의 아저씨에 나왔던 그 어른 말이다.


지금 회사에서 힘들었던 점은 그런 관용, 타인에 대해 비난을 하기 전, 잠시 판단을 유보하는 어른이 없었다는 점이다. 분명 어른이 다니는 회사인데 말이다. 파콰드는 내가 점심시간마다 산책 나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그의 똘마니들을 이용해서 인사팀에 내가 산책하는 것을 고발하도록 했다. 몇 차례 고발이 들어가고, 외국에 있는 내 상위 매니저에게까지 그 불만이 전해졌고, 노무사와도 상의했지만 근로시간이 아닌 개인시간에 근로자가 무엇을 하든 회사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답변이 왔던 게 기억이 난다. 무튼, 그 당시 나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차 마시고 산책하러 나가는 정상인이 아닌, 회사밖으로 자꾸만 방황하는 이상한 여자로 취급받고, 징계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지금도 그렇치만, 그 당시에는 특히 나는 회사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항암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냥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기에 밖으로 나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울어야 했다. 그렇게 내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바깥공기를 마셔야만 정신을 차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일할 수 있었기에 점심시간에 사무실 밖을 나갔다. 


그리고 회사에 굳이 내 남편이 말기암이라서 너무 슬프고 힘들다 하고 미주알 고주알하며 내 사정을 밝히고 싶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 모든 오해를 받아들였고 지금도 지구에 온 이상한 화성인이란 편견을 감내하고 있다. 


누군가 나와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비난을 하거나 섣불리 판단하려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때론 그냥 내 판단을, 그 생각을 유보할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혼잣말을 해본다. 각자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조금은 타인에게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참 괜찮은 어른의 자세인 거 같다. 


일일이 타인을 향한 짱돌을 섣불리 던지지 말고, 그냥 그 이상한 행동을 내버려 두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그들에게도 그만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내 짱돌에 벼랑 끝 누군가는 추락해 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반드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가만가만 기다려주는 그런 여유를 가진 어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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