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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Apr 15. 2024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의 격, 교양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때론 그들의 행동을 보며 '거울 치료'처럼 나를 돌아보게 될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나도 참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그 사람이 내미는 명함이나, 차, 살고 있는 아파트, 외모 등 그 모든 외형적인 잣대로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꽤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나름의 데이터 베이스가 많아질수록 회사/ 치장하고 있는 명품가방, 집, 차가 그 사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오히려 그 사람의 내적 취향과 업무 스타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늘은 거래처 직원과 대화를 하다 그 직원이 자기 회사 입장에서는 사소한 금액인데 그걸 왜 꼬치꼬치 묻고 있느냐는 식의 비야냥을 들었다. 나는 담당자이기 때문에 비용증감에 대한 원인분석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자기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나는 나가는 돈에 대한 분석을 해서 보고를 해야 하기에 모르는 척 물어봤다. 그분은 자기 입장에서 몇억 되지도 않은 돈이라 내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람의 격은 작은 일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 믿는다.


아무리 큰 회사의 아무개라고 한들, 자기가 집행하는 비용의 증감이유를 파악하지도 않고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사에게 갑질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그 적은 금액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큰 프로젝트의 비용을 관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내 입장이다. 그리고 정말 격이 높은 사람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지킨다.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수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토요일 프리마켓에서 은액세서리를 사러 갔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행인이 "이거 얼마예요"하며 공격적인 목소리로 상인에게 물어봤다. 그 상인은 친절히 대답해 주긴 했지만 표정이 그다지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또 다른 행인은 차분히 그 매대를 들여다보며, 나와 있는 제품을 찬찬히 둘러보며 참 이쁘네요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상인은 즐거워하며 손님께는 이게 어울려요, 저게 어울려요라고 또 차분히 대답해 주며 그분에게 정성껏 응대해 주었다. 물론 후자의 행인은 구매를 했고, 전자의 행인은 상인이 대꾸를 별로 하지 않아 그런지, 그냥 가버렸다. 물론 이 단편을 보고 성급히 판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전자의 행인은 '조금은 급해 보이고, 여유가 없고 그 말투가 예의 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후자의 행인은 좀 더 차분하고 예의 있게 상인을 대하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상인은 자기를 존중해 준 후자의 손님에게 자기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설명을 간단히 설명해 주며, 깍듯이 손님대접을 하는 듯했다. 물론 후자의 행인이 더 타율이 높은 고객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찰나에 우린 타인에게 '좀 더 여유 있고 예의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고 그것이 그에 걸맞는 대우로 이어진다고 생각된다. 


꼭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하는 명품 샵 앞에서만 예의를 차려야 할까? 나는 이런 작고 사소한 장소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차분히 말하는 자세, 사소한 일에도 정성껏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에서 그 사람의 격이 드러난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닮고 싶다.


못 배우고 적게 가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들고 있는 명품 가방보다, 내미는 명함, 내리는 차 브랜드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서 퍼져 나오는 아우라, 여유, 교양과 배려심이 그를 더 격이 높은 사람으로 만들고, 그에 걸맞게 대우하고 싶게 하는 것이라 믿기에 나도 내 행동과 말투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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