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순간에서도 그냥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마땅히 해낸다는 뜻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읽다 문득 멈춰 섰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구절 때문이었다.
품위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와닿지 않았다. 한자를 풀어보니, *품위(品位)*는 ‘물건이 제자리에 있다’는 뜻. 결국 자기 자리에 바르게 서 있는 것, 그 존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라 여겨졌다.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영웅도 승패가 아니라 영웅적인 행동으로 영웅이 된다. 그렇다면 품위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행동하는 것 아닐까.
어제 남편은 “나는 시골에 처박혀 인생 한번 펴보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나는 위로했지만, 마음속엔 불확실성과 한숨이 켜켜이 쌓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졌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운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탈레브는 말했다.
“품위란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실행하는 것, 최상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최상의 기분을 느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자주 지쳤고, 때로는 좌절했다. 그럴 때 품위에서 멀어진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 삶, 내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책임을.
지금 이 순간이 불운인지 행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두 번째 화살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려 한다. 유불리에 대한 평가는 삶이 다 끝나고 난 뒤에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말했다.
“모든 일은 전체 속에서 제 자리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좋고 나쁨은 환상일 뿐이다. 내면에 고요가 자리할 때, 우리는 더 큰 질서와 연결됨을 알게 된다.”
품위란 결국, 흔들리는 순간에도 제 자리에 바르게 서 있으려는 의지 아닐까.
나는 오늘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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