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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의 마음을 내려놓고, 또 다른 문을 향해

백중기도를 회향하다가

by 따뜻한 불꽃 소예

어제는 백중날.

나는 시댁 어른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백중기도 막재에 참석했다.

스님의 법문이 마음에 남았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이 모두 부처가 되기를 바라셨다.
그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소원을 성취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분별의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좋다, 싫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이렇게

우리가 품는 모든 분별이

결국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하셨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내 감정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한 순간 사랑스럽던 것이

또 다른 순간엔 미워지고,

고마움이 원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남편이 아프고 나서 3년,

그의 고통과 철없음, 그리고 나의 지침이

내 마음속에서 수없이 분별을 일으킨다.

기도해도 답이 없는 것 같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진실일까?


감정은

일시적이다.

그리고 결국 변화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 지옥 같은 상황도

언젠가는 분명 변할 것이다.


스님 말씀처럼,

어쩌면 우리를 괴롭히는 건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해 내가 품는 판단과 집착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문이 있다.

그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단지

우리 스스로.

닫힌 줄 알고 있을 뿐.


우연히 읽은

신경림 시인의 **[갈대]**가 마음에 닿았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우는 것."


그래,

지금은 속으로 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또 다른 문을 열고 나가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핑크뮬리 같은 평온한 날

분명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매달리지 말고,

그저 담담히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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