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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불꽃 소예
Apr 05. 2024
너에게 다정해 지길
다정한 마음이 모여 치유가 된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그동안 자기가 아이를 강하게 밀어붙인 거 같다며 반성하는 듯이 말했다. 그가 아이를 채근하는 방식과 개를 거칠게 다루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매우 화가 나고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건 남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묻어난 거라 생각되어 안타까웠다.
나는 오늘 아침 남편에게 제발 너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길 바래 라고 말했다.
남편은 치병 역시 그동안의 방식처럼 해왔다. 군대처럼 계획적이고, 목표를 설정해서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전형적인 성취지향적 인간이 하는 행태로 자기에게 엄격하게 몰아붙여 왔다. 극단적인 절식과 운동 그리고 또 녹다운(knock-down). 식단관리나 운동을 너무 과한 to-do list로 정리해 나가며, 그 많은 '해야 한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목록들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지쳐했다. 휴우~ 그는 산행을 할 때에도 다음엔 뭘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성격은 그가 체력만 좋았다면 그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았을지도 모르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말 잘 듣고 성실하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엄격한 잣대와 기준! 정확한 목표설정과 계획적 생활습관 etc....
근데, 그런 성격이 치병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군사작전이 아니다. 여유가 있어야 하고, 숨구멍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운명론자일지도 모르지만, 성공에는 많은 행운, 엄마식으로 말하자면 복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 혼자 잘나서 성공하는 경우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현실이 내 맘 같지 않다고, 내 노력이 부족해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생각해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고 가혹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그게 자기보다 약한 존재들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엄격한 기준과 높은 잣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지쳤고 힘들었다. 제발 STOP
이제는 제발 너에게 다정해져 봐
우리 모두가 성공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요 감사한 거라고 나는 지금에서야 그렇게 생각한다. 이 생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허허, 그런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 같다고 말이다.
그러니, 그냥 다정해지자. 적어도 우리 자신에게 말이다.
다정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몸도 쓰담해 주고, 좋은 향기도 내어보고, 좋은 신발도 신고, 좋은 책과 영화를 보며 기분도 내보고 맛난 것도 사 먹고, 그냥저냥 소소하게라도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라고 이 땅에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하다 보니, 남에게도 다정해지고, 내 주위 동물들에게도 다정해지고 그런 거 아닐까? 아이에게도 가르칠 거다. 아들아 무엇보다도 너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길 바래~. 엄만 니가 그럴 수만 있으면 괜찮다. 너를 사랑하고, 그리고 너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자. 그거면 된거다.
거울을 보며 다정하게 나에게 웃어봤다. 올~오늘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