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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불꽃 소예
May 10. 2024
Too much, too soon, too fast
문제는 내 에고를 통제하는 것
파콰드가 떠났지만 회사 다니는 게 마냥 행복하지 않다. 빌런 한 명이 없어졌다고 회사 동료들이 갑자기 나에게 호의적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더구나, 일부 파콰드 추종자들은 파콰드의 몰락을 누군가의 잘못으로 여겨 나에게 적대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맨 처음 나의 반응은 '아니 이 사람들이 미쳤구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이런 비난과 그들에 대한 미움이컸었다.
하지만 끝내는 그런 부정적이고 남을 힐난하는 태도로는 내 삶에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승리자, 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는 것도 결국엔 내 에고의 한 모습일 뿐이다.
결론은 난 내 에고를 통제해야 한다.
모건 하우절의 Same as ever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이번 신작(?)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챕터를 읽다가 내 상황이 떠올랐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무리한 속도를 내면 나쁜 아이디어가 될 뿐이고, 좋은 일은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천천히 일어나며, 나쁜 일들은 갑작스러운 신뢰 상실이나 눈 깜짝할 새에 발생한 치명적인 실수 탓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비극은 순식간이지만, 기적은 오래 걸린다고 말이다. 그간의 내 삶을 돌이켜보니 너무 맞는 말이다. 비극은 정말이지 하루아침에 일어났지만, 그 비극에서 다시 일어나는 과정, 아니 기적은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 가끔은 과연 그 기적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혹시나 신이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신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자연현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카시아, 벚꽃나무와 같은 속성수들은 빨리 자라지만 또 빨리 죽는다. 반면 소나무같이 느리게 성장하는 나무들은 정말 느리게 자라지만 그만큼 밀도 있게 자라기에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다시 회사로 와서,
회사는 돈 버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지나친 기대와 희망,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이밀지는 말아야겠다. 우린 너무 다르다. 그들은 파콰드에게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우린 그냥 다를뿐이다.
나는 단지 이번 일을 통해 좀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그 어떤 호의적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운 거다. 사실 그거면 족하다.
다만 앞으로의 시간에서는 난 더 내 내면을 바라보고 단련해 나갈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내가 더한 긍정적인 습관과 생각들이 내 삶을 점진적으로 더 좋게 변화시킬 거라고 믿으며 말이다. 오랜 시간 빌드업해 온 것이기에 그 어떤 난관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멘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 거지. 내 삶에 좀 더 깊숙이 뿌리내리며 지금도 나는 자라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어디에서 있을 기적에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