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느리게 온다, 그래서 나는 계속 자란다.
파콰드가 떠났지만, 회사 다니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빌런 한 명이 없어졌다고 해서 회사 동료들이 갑자기 나에게 호의적으로 바뀌지도 않고, 오히려, 일부 파콰드 추종자들은 그 몰락을 내 탓이라 여기며 은근한 적대감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처음엔 화가 났다. '아니 이 사람들이 미쳤구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그들의 태도에 대한 비난과 미움이 치밀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런 부정적인 태도와 힐난으로는 내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그토록 증명하고 싶어 했던
'내가 옳았음', '내가 피해자였음'은 결국 내 에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난 내 에고를 통제해야 한다.
최근 읽기 시작한 모건 하우절의 Same as ever '불변의 법칙'.
그중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챕터가 지금의 내 상황과 딱 맞닿아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도 무리한 속도에 실리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
좋은 일은 점진적으로 쌓여 일어나지만,
나쁜 일은 한순간의 신뢰 상실이나 실수로 일어난다.
비극은 순식간에 오고,
기적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너무도 정확한 말이다.
내 삶을 돌아봐도 비극은 하루아침이었지만, 회복은 고통스러울 만큼 더뎠다.
가끔은 생각한다.
'과연 기적이 오긴 할까?, 신은 내가 아프고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계신 걸까?'
자연도 마찬가지다.
아카시아, 벚꽃나무와 같은 속성수들은 빨리 자라지만 또 빨리 죽는다. 반면 소나무같이 느리게 성장하는 나무들은 정말 느리게 자라지만 그만큼 밀도 있게 자라 평생 우리 곁에 머무른다.
그 말은, 기적도 소나무처럼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회사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이제 회사라는 공간에 지나친 기대도, 과도한 희망도 품지 않기로 했다.
회사는 돈 버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거기서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바라다보면 실망은 더욱 커질 뿐이다.
그들은 파콰드에게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았기에 나와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저, 다를 뿐이다.
중요한 건,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해졌고, 심지어 적대적인 상황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사실 그것이면 족하다.
이제부터는
내 내면을 더 자주 바라보고, 내 일상을 조금씩 더 정리하고, 하루하루 긍정적인 습관을 쌓아가며 내 삶을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랜 시간 쌓아온 믿음과 내면의 힘으로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나는, 내 삶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어디선가 오고 있을 기적에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극은 하루에 오고,
기적은 오래 걸린다.
-모건 하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