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이해

미움 너머, 비로소 보이는 얼굴

by 따뜻한 불꽃 소예

미움 너머, 비로소 보이는 얼굴

요즘 남편이 바쁜 시기라,

아들의 요청으로 시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주말마다 집에 다녀오시면서도

월요일에 먹을 반찬을 두 손 가득 들고 오시는 어머니.

참 부지런하시다.

예전 같으면,

어머니가 집에 오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을 텐데,

오늘은 문득,

그녀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깊이 느껴졌다.


나는 한때 시어머니를 참 많이 미워했다.

아니, 얼마 전가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 미움의 근원은

내 불행한 결혼생활과

예상치 못한 고통 속에서

누군가를 탓하고 싶었던 비겁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어머니의 넘치는 자식 걱정이

때론 집착처럼 느껴졌고,

자기중식적인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미움보다 측은함이 먼저 밀려왔다.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상대방과 그 가문의 운명까지도 함께 짊어지게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나는 그걸 너무 가볍게 생각했고,

성급한 선택 뒤

생각지도 못한 '청구서'가 올 때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원망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어머니가 비로소 보인다.


하나뿐인 아들은 아프고,

그 현실을 직시하기 힘들었기에

나에게 철없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불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어머니는 어쩌면

그 고통을 외면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버텨왔던 게 아닐까.

지난 3년의 고통은

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깊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남'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는 자식이니까.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가 그 세월을 말해준다.


안타까움

그래,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내 고통에만 몰두하느라

타인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사람은 평생,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는 것을.


며칠 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설화수 선크림을 하나 주문했다.

이런 작은 선물이

과연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전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은, 잠시 수판을 멈추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