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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로막는 건

상황일까 아님 그렇다 믿는 내 생각 때문일까

by 따뜻한 불꽃 소예

장벽은 밖에 있지 않았다.

회사일은 늘 고되고, 짜증 난다. 별것 아닌 미친 고발로, 주말 내내 내 머릿속은 전쟁터였다.

아이 수영 라이딩, 밀린 집안일, 반복되는 호르몬 파도... 일요일 오후, 결국 침대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았는데, 남편은 그런 내게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게 힘들면 회사 그만둬", "야 내가 누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 속은 모르고" 그 순간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러한가?"

과연 나를 가로막는 건 이 상황일까, 아니면 그 상황을 그렇게 해석하는 내 생각 때문일까?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면서,

나는 아직도 이 놈의 상황 탓, 남편 탓, 세상 탓만 하고 있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상황이 아니라 스스로 내 가능성을 쳐놓은 '장벽' 때문은 아니었을까?

'남편이 아프니깐 XX 할 수 없어, 아이가 어리니깐 지금은 안 돼.', '이직한 회사가 이러니까...', '이번 생은 망했어.' 욕망은 많지만, 매번 핑계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그렇게 누구를 만나도 나는 모든 것을 탓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만난 괴로운 인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댁...

하지만 결국, 문제는 '내 안의 생각'이었다.


최근 읽고 있는 책 <흐르는 강물처럼>. 이 책의 작가 셸리 리드는 50대에 첫 책을 출간했고, 그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문장을 읽는 내내 감탄했다. 섬세하고 단단한 표현력, 삶을 통과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은 통찰. 책을 덮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정말 돈이 많으면, 나 작가가 되고 싶어.' 남편은 말했다. '그게 정말 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이라도 시작해야지."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너 때문이잖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상황 때문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기 두려운 내 비겁함 때문이었다.'지금은 아니야.', '나는 아직 부족해.' '내 글이 무슨 힘이 있어?'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쳐놓은 장벽들이 결국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시 꿈꾸기로 했다. 작가가 되는 꿈.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기로 했다. 무너졌던 나도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까. 당신도 그럴 수 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다. 나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by 셸린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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