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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돈은 무섭다 - JD 밴스와 나의 이야기

삶을 망치는 최단길 - 미래소득을 당겨 쓰는 것

by 따뜻한 불꽃 소예

JD밴스. 그는 <힐빌리의 노래>에서 미국 러스트 벨트의 몰락한 노동자 계급 속에서 자라나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제는 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 되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차기 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하지만 그가 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무너진 계급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부모는 월소득 기준으로는 가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필요 없는 소비를 반복했고, 계획 없는 지출로 인해 항상 위태로웠다. 실직이나 이혼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불안정한 소비 습관은 가족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 구멍 사이로 술과 마약이 스며들면서,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문득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한국의 러스트 벨트라 불릴 법한 지역에서, 나 역시 수입이 들쑥날쑥한 자영업 부모 밑에서 자랐다. 돈을 많이 벌던 시기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그 수입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연금이나 보장성 보험 같은 장기적인 자산 계획은 없었다. 당시엔 경제 교육도 부족했고, 그런 마인드를 가르쳐줄 사람도 드물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남의 돈'을 결코 우습게 보지 말자는 신조를 가지게 됐다. 부모님은 경제 호황기 때 부동산을 여러 채 구입하셨다. 그것들이 현재 노후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지만, 문제는 부동산의 환금성이다. 급할 때 바로 현금화되지 않다 보니, 담보 대출이 반복되었고, 결국 '이자에 이자'가 쌓이는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도 대출에 시달리시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산 효과(Wealth Effect)처럼, 일시적으로 부유해진 기분에 빠져 돈을 쓰는 건 미래 소득을 미리 당겨 쓰는 것에 불과하다.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자산은 '현금화'되어 내 통장에 들어와야 비로소 내 돈이다.


나 역시 아직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다. 그리고 아직 그 아파트는 팔리지 않았다. 더이상 빚을 늘리고 싶지 않지만,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 월급을 염두에 두고 소비를 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인 날엔, 왠지 모르게 '플렉스'하고 싶은 유혹이 찾아온다. 위시리스트는 점점 길어지지만, 스스로를 억누르며 카드값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애쓴다.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나도 좀 써볼까?'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되뇐다.


남의 돈은 정말 무섭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애쓴다. 무더운 날씨에도 수행하듯 절제하며 나아가려 한다. 충동마귀야, 물러가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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