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
너무 오래 당신을 원망해서, 미안해
퇴근 후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무심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앞으론 물건 집어던지고 나한테 함부로 했던 거 반성해'
그 말에 남편도 반격하려 했다. 사실 나도 할 말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참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도 요즘 깨달았어. 내가 당신을 참 많이 원망했더라고. 미안해." 그러자 남편도 조용히 말했다.
"나도 잘못했어. 상황이 우리 둘 다 너무 힘들게 했었지."
그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놓였다.
"오래된 감정은 때로 관계를 갉아먹는다."
원망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미워하는 것.
나는 이 감정을 참 오랫동안 붙들고 살았다. 아마 연애 때부터,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의 불행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젊은 날부터 함께해 온 긴 병치레.
그런 그의 삶을 보며 측은함보다 원망이 더 컸던 건 아닐까.
'왜 나에게 이런 짐이 주어졌을까.'
'왜 나는 항상 손해 보는 느낌일까.'
그런 생각들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래, 내가 참 많이 원망했구나.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머물지 않고 변한다.
모든 것이 허깨비요 물거품과 같은 줄 깨닫는다.
내가 붙잡고 있었던 그 원망, 사실은 실체도 없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기억은 이미 왜곡되었을 것이고, 그 기억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덩어리를
오랫동안 부여잡고 살아온 것이다. 이제야 그 어리석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의 인연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허깨비 같은 원망을 내려놓기로 했다.
남편과의 남은 시간을 새로운 마음으로 채워가기로 했다.
너무 오래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