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며 가져가야 할 것은
편안함과 자족할 수 있는 자세
시골 마을의 이장선거가 난리가 났다. 마치 오페라의 한장면 같이 분주하다.
아랫마을과 윗마을, 구세력과 신세력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인 듯했다. 각 후보들은 어느 정치판과 같이 지지 세력들이 있고, 그 지지 세력들은 가가호호 돌아다니거나 전화를 돌리며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우리 집은 뜨내기라 별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이 집 들어올 때 알게 된 이 동네 발 넓은 부동산 중개 아주머니의 새 후보 지지이유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이 마을이 발전되어야 한다며, 지금 있는 하천을 덮어 도로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녀가 지지하는 후보는 그 일을 해 줄 것이라 단언했다. 하천에서 운동을 하다 그녀의 집을 쳐다보니, 그녀의 집은 현재 2차선 대로를 물고 있는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 하천 둘레길을 덮어 도로를 만들면, 결국엔 자신집 건물 지가가 올라가겠구나! 그런 큰 그림이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는 '그렇쵸 발전해야죠' 했는데 지나와서 보니, 결국엔 그녀 자신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
그 중개사 아주머니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 아니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이 집을 중개했을 때 자신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그 시절 열심히 부동산 투자를 해서 지금과 같은 건물주 자리에 앉아있노라며 자랑스럽게 자신의 성공담을 털어놓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 고생이 많으셨겠네요~했는데, 이 마을 이장 선거에도 저렇게 열심히 나서는 모습을 보니, 아 돈은 그냥 버는 게 아니라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버는구나라는 교훈도 얻는다.
지금 이 시골 마을은 그냥 한적한 산골 마을이다. 산세가 훌륭하다 보니 음식점들이 생기고, 봄, 가을이면 등산객들이 방문하는 풍광 좋은 마을이다. 그래서, 때론 몰려드는 등산객, 나들이객들로 도로가 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복개하고자 하는 그 하천 둘레길은 이미 많은 마을 사람들이 운동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곳이자, 사시사철 백로, 원앙새, 기러기등 여러 동, 식물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터전이다. 그런 하천을 덮고 도로를 넓혀야 한다고 하니 사실은 갸우뚱하다. 그 개발에 대한 수혜는 일부 지대소유자에게만 돌아가고 잠시 방문하는 등산객들의 운전편의 vs 그 동네 주민들의 건강권과 동식물들의 터전
개발, 성장시대에 사셨던 그분들을 존경하지만 때론 모든 것들을 다 때려 부수어서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 패턴은 나같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눈에는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래 사람은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한다. 이미 성공했다고 하신 그분을 여러차례 만났지만, 단 한번도 여유와 안정을 느낄 수 없었다. 항상 무엇인가 더 갈구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돈은 때론 바닷물을 먹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갈증을 내게 하는 요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나같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넋두리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그리고 자족(自足)할 수 있는 자세를 터득하면 좋겠다. 스스로 결핍이 아닌 풍요의 에너지가 가득찬 사람이 되면 멋질 거 같다.
나는 이미 온전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