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의 텔레비전 앞에서 마주한 내 삶의 선언
주말에 백남준 작가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나에게 'Television'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를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Tele + vision, 즉 멀리서 보는 것.
백남준은 이 신문물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예술의 도구로 삼았다.
멀리서 본다는 개념을 예술적 장치로 활용한 그의 작품은, 지금 봐도 마치 미래에서 온 물건들처럼 낯설고 새로웠다. 정말이지, 그는 분명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서 그의 작품은
**혁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우리 눈앞에 명징하게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1932년생)속에서 태어난 그가 어떻게 이토록 선구적인 예술가가 되었을까?
물론, 그의 부유한 배경은 무시할 수 없다.
15세에 클래식 음악을 배웠고, 일본과 독일에서 교육을 받으며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하지만 그 시대의 모든 부유한 가정 자녀가 백남준처럼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가 된 건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의 핵심은 '저항의식'이었을 것이라고.
기존의 관습, 권위, 도그마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깨뜨릴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
그 자유가 있었기에,
같은 텔레비젼을 두고도 그는 전혀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지금, 얼마나 자유로운가?
사주의 말 한 줄에 기분이 하늘과 지하를 오르내리고,
"지방은 망한다, 서울로 가야 한다"는 뉴스를 보면 금세 흔들린다.
"좋은 엄마란 이래야 해","남편은 이래야 해" 같은 온갖 소음과
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들에 갇혀서,
나는 나를 판단하고, 위축시키고, 길들인다.
도대체 누가 '이래야 한다'고 정한 걸까?
누가 나에게 그런 틀을 씌웠을까?
나는 이제 정말 자유롭고 싶다.
그래 일어나라!!! 정오다!
내 안의 수많은 편견과 상념, 세상의 비난과 기준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백남준 작가가 텔레비전의 본질을 꿰뚫어 새로운 창조를 해냈듯이,
나 역시 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싶다.
멀리서 내 삶을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도 나름 아름답게 흐르고 있는 중이다.
그 영상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꽤 괜찮은 예술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도그마에 저항하자.
그리고 나를 멀리서, 깊이 있게 바라보자.
그것이, 미래에서 온 예술가가
지금 나에게 남긴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