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야, 우리 같이 가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장수의 비결이 유전보다는 환경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그중에서도 사회적 관계에 더 크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네이처 의학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용인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3%, 반면 환경과 생활습관이 미치는 영향은 무려 17%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웠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 헤매기 전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무 하나만 있었어도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니 이해가 됐다.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오래 사시는 이유가 단지 밭일 덕분만은 아니었구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김장을 나누고, 텃밭 이야기를 하며 **오늘도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주고받는 그 일상이야말로 노년기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힘이었을 것이다.
우리 마을 옆집 할머니도 생각났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장작을 패고 넓은 밭을 혼자 관리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그런데 동무들이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자식들은 객지에 나가며 점점 말을 나눌 사람이 사라지자 어느새 할머니는 치매 증상으로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다. 항상 켜져 있던 티브이 소리가 유일한 친구였던 걸까.
그 기사를 읽고 나니, 노년기의 외로움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부모님께 더 자주 연락드리자. 그리고 나부터도 내 주변을 더 챙기자. 안부를 묻고,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자. 그래야 나도, 그녀들도, 함께 잘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문득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거북이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혼자 결승선을 향해 갔지만,
이제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끼야, 일어나. 우리 같이 가자."
서로가 서로의 그물망이 되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거나 폭풍에 휘말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 그게 사실, 비싼 영양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장수의 비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