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더 편안해지고 있다는 의미
남편은 여전히 등통증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아들과 내가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할 때 늦게 일어나 2층 자기 방에서 내려온다. 그의 등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등통증을 찜질기로 완화시키려 했던 그의 사투가 남긴 흔적이다. 비쩍 마른 그의 모습을 보면 나는 얼른 눈을 돌린다. '울지 마 나는 강해져야 한다'라고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남편은 나의 권유에 따라 지장경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나는 이번에는 '제발 꾸준히 해라'라고 잔소리했다. 그는 기도를 하면서 참회기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유를 원하는 그의 소망과 다르게 현실에서 보인 그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들을 반성했다고 한다. 때때로 남편이 아이에게 보이는 짜증과 강압적인 태도를 보면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편은 아이를 끔찍이 사랑한다. 아이가 자기처럼 외로울까 봐 걱정하고 혹시나 자존감이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모습도 생각해 본다. 어쩌면 아버님 역시 그랬으리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크지만, 보고 배운 바가 없으셔서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지 몰랐고 항상 거칠고 때론 강압적인 방법으로 표출했으리라... 지금은 남편에게 그 말을 전할 수 없다. '너희 아버지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네가 아이를 사랑하듯이, 너에 대한 사랑은 분명 그 누구보다도 강렬했을 거라고' 말이다.
나는 시어머니께 버릇없는 며느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시어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전화한다.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나는 전화할 때마다 그녀의 상태를 살피는 동시에 잔소리도 한다. '어머니 방생을 해보세요, 한번 사경을 해보세요.' 머 이렇게 말이다. 우리 시어머니는 내가 절에 다녀왔다고 하면 꼭 조계종이냐고 물어보신다. 그리고 몇 해전 남편의 병세가 너무 심각했을 때, 내가 구인사로 기도드리러 갔을 때 '거기는 조계종이 아니라'라고 말하셨다. 하지만 본인은 불경 한번 외우지 않고, 절에도 가시질 않는다. 그런 어머니가 미워서일까 나는 어머니께 잔소리를 한다. '어머니 고기 드시고 절에 가시면 안 돼요, 불경 독송 해보세요' 뭐 이렇게 말이다. 우리 어머니께서 "얘가 시어밀 가르치려 하나' 이렇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는 시어머니가 편하지 않다. 그리고 전화할 때마다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하지만, 요즘엔 사람들에겐 각자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카르마, 전생 등등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녀는 아마 전생에 요리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리하고 주방과 관련된 모든 일은 너무 쉽게 하기도 하고, 즐기신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일은 거의 관심이 없다. 일하는 나에게 '약초'로 남편 살린 어느 아줌마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자기는 아이들에게 항상 '아침밥' 먹여서 도시락 몇 개씩 싸서 학교 보낸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듣는 내 기분은 생각도 안 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서운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요리하는 게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쉬운 일을 왜 며느리는 안 하고 있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게다, 뭐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반대로 난 책 읽고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이 편하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책 읽고 글을 쓰고, 일도 사무직이니, 이게 큰 일은 아니다. 그래서, 불경을 사경하고 독송하는 일은 내게 부담이 안된다. 하지만 그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엔 우린 각자 너무 다르고 그들 개개인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이런 사실을 깨닫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줬던 그 누군가와 혹은 그 사건과 화해하고 그 상대를 용서한다면, 그때 우리가 원하는 기적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왜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 기적은 평온하고 평화롭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할 때 일어난다고 말이다.
우리가 평온해질 때, 스스로에게 더 편안해질 때, 무엇인가 나이스한 것이 찾아오리라!
설령 우리가 그리는 그 미래와 100%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그 시점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또 받아들이리라. '그런가'하면서 말이다. 그 무엇이 되었건, 그 모든 상황은 우리 영혼을 위한 가장 최적의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뭐 어찌 되었던 내가 평온해졌으니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