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다 지나갔다.
휴가 기간 동안 가까운 곳으로 물놀이를 갔다. 남편은 체력이 약해서 집에서 요양하고, 친한 동생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물에 둥둥 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평안해 보였다. 부디 저 아이가 저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적대시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순간을 잘 이겨내야 한다. 그 순간을 잘 이겨내야만이 한마디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의 지난 1학기는 아마도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많이 혼났고,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도 자주 왔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한 6학년 여자 아이는 다짜고짜 나에게 다가와 XX 어머니이시죠? 하며 그간 우리 아이가 방과 후 수업에서 자기들에게 어떤 방해가 되었고 문제 행동을 했는지 조목조목 나에게 다 말했다. 맨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시키는 대화를 몇 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했지만, 내 속은 내 속이 아니었다.
육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나는 필연적으로 나 자신을 책망하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피드백들이 나에 대한 공격인냥 한없이 작아지게 된다. '난 왜 이렇게 엉망인 엄마인가? 하는 자책과 환경적으로 이 아이를 더 바르게 훈육할 수 없는 이유를 자꾸만 찾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지난 1학기 동안 나와 우리 아이가 겪은 상황이다. 결국엔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라고 말씀하셨다.
휴우, 자 해결해 보자.
학교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아이를 책망하고 혼을 냈다. 그런데 이번 휴가에는 아이를 많이 다독여주었다. 나만큼이나 호의적이지 않는 환경에서 이 아이 역시 고군분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그 지옥 같았던 4개월을 어떻게 하든 지나왔다. 그러니 우리 잠시 이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격려해 주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개선의 포인트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완벽하게 모든 것이 순항하면 좋겠지만, 때론 한꺼번에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해결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문제해결 케파(capacity)는 증강할 것이기에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나에게 되뇌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 엄마들에게 같이 키즈카페도 같이 가자고 연락해 보고, 놀이터에도 한 번씩 나가면서 아이의 채워지지 않는 놀이욕구를 채워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전문가의 상담도 진행 중이다. 사실은 나도 이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환경이 닥쳤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순간을 잘 버텨내야 한다. 어찌되었건 중간에 이렇게 달콤한 휴가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가올 전장에서 또 잘 싸우기 위해서라도, 우린 이 기간 동안 서로를 보담고 다독이며 최대한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들을 저축해 놓으려고 한다. 그래야만이 다음의 고단한 전투 속에서도 그 행복했던 순간들을 꺼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집에서만큼은 우리 서로를 보담고 응원해 주자.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무한한 방패요 안식처이다.
숲이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