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방패가 되기로 한다.
"집은 세상이 우리에게 냉혹할 때, 따뜻한 차처럼 우리를 감싸 안아주는 유일한 곳이다."
- 마야 안젤루
휴가가 끝났다.
이번엔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물놀이를 갔다. 남편은 체력이 약해 집에서 요양하고, 나는 친한 동생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섰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참 평화로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바람이 들었다.
부디 이 행복한 순간을 아이가 오래 기억해 주기를.
그리고 인생이 다시 힘들어질 때
이 장면을 마음속에서 꺼내보며 버틸 수 있기를.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적대시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순간을 잘 이겨내야 한다. 그 순간을 잘 이겨내야만이 한마디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의 지난 1학기는 아마도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많이 혼났고,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도 자주 왔다. 심지어 놀이터에서 마주친 어떤 모르는 아이가 우리 아이의 행동에 대해 조목조목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의 마음은 그만큼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건 나였다. 나는 늘 나를 탓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못 키워서 그런 거라고, 아이의 문제는 곧 나의 무능함이라고.
하지만 우린 그 힘듦을 잘 견뎌냈다.
휴가 기간 동안 나는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아이를 많이 혼내고 책망했지만, 이번 휴가 동안에는 아이를 많이 다독였다. 왜냐하면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내 아이 역시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음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잘 견뎌냈어. 우리 참 잘하고 있어."
이제, 자 해결해 보자. 회복은 작은 행동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개선의 포인트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완벽하게 모든 것이 순항하면 좋겠지만, 때론 한꺼번에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해결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문제해결 케파(capacity)는 증강할 것이기에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나에게 되뇌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 엄마들에게 같이 키즈카페도 같이 가자고 연락해 보고, 놀이터에도 한 번씩 나가면서 아이의 채워지지 않는 놀이욕구를 채워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전문가의 상담도 진행 중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어떻게 이 시기를 지나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품고 응원해 줄 수 있다면, 아이에게는, 그리고 나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한 회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약속
그래,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집만큼은 예외여야 한다.
서로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지친 하루를 품어주고, 다가올 전쟁에 대비해, 지금 이 순간을 평화롭게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린 서로에게 무한한 방패요, 안식처가 되기로 한다.
숲이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Cheers!